홍시, 하루 1~2개 섭취는 문제없어
초겨울이 시작되면, 마트와 시장마다 말랑한 홍시가 등장한다. 홍시는 떫은맛이 없는 감으로,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꾸준히 소비된다. 말랑한 식감에 달콤함까지 더해지면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선호하는 과일이지만, 동시에 ‘변비를 유발하는 과일’이라는 오해도 자주 따라붙는다.
홍시에 대한 이런 오해는 성분에서 비롯됐다. 특히 타닌이 풍부하다는 점이 자주 언급되면서, 장이 약한 사람이나 변비가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꺼리는 식품이 됐다. 그러나 타닌은 장에서 수분을 흡수해 대변을 단단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일상적인 섭취 범위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 즉, 식사와 함께 홍시 한두 개를 곁들이는 수준에서는 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홍시는 떫은맛이 강한 대봉감을 후숙시켜 만든다. 대봉감에는 타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이 성분이 바로 떫은맛의 원인이다.
타닌은 장 안의 수분을 빼앗아 대변을 딱딱하게 만든다. 섭취량이 많아지면, 배변이 원활하지 않아 변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물을 적게 마시거나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타닌은 반드시 피해야 할 성분으로만 볼 수 없다. 알코올 흡수를 늦추는 역할을 해, 과음을 한 다음 날 숙취 완화에 도움을 준다. 게다가 감에 들어 있는 여러 폴리페놀 성분은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관여한다.
홍시는 타닌만 많은 과일이 아니다. 항산화 성분 비율을 따져보면, 단감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인다. 특히 주황빛을 띠는 베타카로틴 함량이 약 308㎍으로, 단감의 3.8배에 이른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돼 시력 보호, 안구 건조 예방에 도움을 준다. 미국 국립 눈 연구소(NEI)가 진행한 ‘나이 연관 눈 질환 연구(AREDS)’에서도 베타카로틴이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감 속에는 비타민C, 스코플레틴 같은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비타민C는 외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며, 스코플레틴은 혈관 벽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계절이나 혈관 문제가 걱정되는 시기에 섭취하면 좋다.
홍시는 무심코 많이 먹기 쉬워, 섭취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잉 섭취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칼로리'다. 100g당 66kcal로 보통의 과일보다 높지는 않지만, 무른 홍시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칼로리 섭취가 늘어난다. 특히 당분 함량이 높아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어, 당뇨병 환자나 체중을 관리 중인 사람이라면 하루 1개 이하 섭취가 권장된다.
홍시는 후숙이 많이 진행된 상태일수록 당도가 더 높아지고, 타닌의 수렴 작용은 약해진다. 이 때문에 변비 걱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단한 감보다는 충분히 익힌 홍시 상태에서 소량만 섭취하는 방식이 낫다.
홍시의 타닌 성분은 과량 섭취 시 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하루 1~2개 수준의 섭취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항산화 성분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는 과일로, 겨울철에 활용하기 좋다. 평소 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라면, 따뜻한 차와 함께 먹거나 수분 보충에 유의하면서 소량 섭취하는 방식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