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더 달아지는 이유, 과학적으로 입증돼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시원한 과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과일 중 하나인 수박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즐겨 찾는 과일이다. 그런데 수박을 먹을 때 소금을 살짝 뿌리는 경우가 있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방식이지만, 실제로 더 달게 느껴진다는 말은 단순한 속설에 불과한 걸까. 국립부산과학관이 5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조합에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
수박은 기본적으로 당도를 가진 과일이다. 그런데 소금을 뿌리면 혀에서 느끼는 단맛이 더욱 강하게 인식된다. 이는 ‘대비효과’ 때문이다. 서로 다른 맛이 공존하면 상대적인 감각이 강화되는데, 짠맛은 단맛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단맛 자체는 그대로인데, 짠맛이 단맛을 부각시키는 방식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감각 착각이 아니라, 생리적 반응으로도 설명된다.
짠맛이 단맛을 부각시킨다는 설명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도쿄치과대 케이코 야수마추 교수 연구팀은 ‘소금이 단맛을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했고, 관련 논문은 지난 3월 18일 국제 생리학 학술지인 ‘악타 피지올로지카(Acta Physiologica)’에 게재됐다.
그동안 단맛은 TIR 단백질이라는 수용체를 통해 인지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수용체를 유전자 조작으로 차단한 실험쥐가 여전히 당분을 선호하는 행동을 보였고, 이를 통해 다른 감지 경로가 존재한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그 중심에 ‘SGLT-1’이라는 단백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GLT-1은 원래 장이나 신장에서 포도당을 나트륨과 함께 흡수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그런데 이 단백질이 혀의 미각세포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험 결과, 포도당과 나트륨이 함께 있을 때 미각세포는 훨씬 더 강한 신경 반응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는 점이 입증됐다.
즉, 수박을 그냥 먹을 때는 TIR 수용체만 작동하지만, 소금을 약간 뿌리면 TIR과 SGLT-1이라는 두 수용체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단맛이 배가된다. 이중 자극 덕분에 수박의 당도는 그대로인데도 입안에서는 훨씬 더 달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박은 약 9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더운 날씨에는 땀을 통해 체내 수분과 함께 나트륨 같은 전해질이 빠져나간다. 이때 수박에 소금을 살짝 뿌려 먹으면 수분과 전해질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다. 이는 단맛만이 아니라 여름철 수분 보충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조합이다.
또한, 수박에는 칼륨이 풍부하다. 나트륨과 칼륨은 체내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근육 세포의 수축과 이완에는 이 두 이온의 균형이 중요하다. 운동 후 근육이 뭉치거나 쥐가 날 때 수박과 소금 조합이 도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박의 칼륨과 소금의 나트륨이 만나면 세포 내외의 전해질 균형이 유지되면서 근육 피로를 줄이고 경련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름철 운동 후 이 조합이 추천되는 것도 단맛이나 기호성 때문만이 아니라 생리학적 이유 때문이다.
소금은 본래 미각을 자극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입맛이 없을 때 조금의 짠맛이 침 분비를 유도하고, 미각을 깨어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더위로 식욕이 떨어질 때 수박에 소금을 살짝 뿌려 먹으면, 시원한 감촉과 더불어 짭짤한 자극이 단맛을 더욱 강조해주면서 식욕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줄 수 있다.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수박 한 조각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지는 이유는 단지 맛 때문이 아니다. 수분, 전해질, 자극적인 단짠 조합까지 작용하며 우리 몸의 감각과 생리 반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복합적 구조가 숨어 있다.
이 원리는 수박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짭짤한 캐러멜, 소금을 뿌린 다크초콜릿, 감자칩에 초콜릿을 곁들이는 ‘단짠단짠’ 조합에도 같은 원리가 작용한다. 단맛과 짠맛이 동시에 존재하면 미각 수용체가 두 감각을 모두 인지하면서 풍미가 극대화된다.
특히 SGLT-1 수용체는 단맛뿐 아니라 지방산, 감칠맛 등 고칼로리 음식에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이 수용체가 작동하면 음식의 풍미가 훨씬 강하게 느껴지고, 만족감도 커진다. 그동안 단맛을 인지하는 경로가 하나뿐이라는 생각은 실험 결과로 뒤집혔다.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는 것은 단순한 민간 방식이 아니라, 혀에 있는 두 종류의 단맛 수용체가 동시에 작동하며 단맛을 증폭시키는 과학적 원리였다. 감각은 기분 탓이 아니라 신경 반응의 결과이며, 여름철 익숙한 행동 하나에도 분명한 과학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