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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 해도 묵은 뱃살이 꿈틀댄다는 ‘한국 운동’

하루 1분, 몸이 다시 깨어나는 시간

by 헬스코어데일리

올여름은 이상하다. 더운 건 예년보다 조금 더 더운 것 같은데, 그보다 더 숨막히는 건 정적이었다.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하루가 뚝뚝 잘려나갔다. 점심을 먹고 앉아 있으면 졸음이 밀려오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몸이 축축하고 무거웠다.


밖은 너무 덥고, 안은 너무 조용했다. 매일 같은 방, 같은 자세, 같은 무게.


그러다 이상하게 문득, 그때 그 골목이 떠올랐다. 바닥은 흙이었고, 신발은 벗은 채였다. 한 발로 서서 제기를 차던 그 여름날. 잘 차지지도 않는 제기를 향해 온몸을 기울이던 나. 바람이 불면 제기는 살짝 휘어지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 발끝에 온 신경을 실었던 어린 날의 여름.


그 기억이, 다시 내 몸을 일으켰다.

한국 운동.jpg 제기차기 자료사진. / 헬스코어데일리

비닐봉지와 고무줄을 꺼냈다. 제기 대신 가볍게 묶어 만든 봉지는 생각보다 공중에서 잘 떠올랐다. 어쩌면 가볍게 차올린 이 조각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운동도 없이, 나는 조심스럽게 한 발을 들고, 다른 발끝으로 그 투명한 제기를 찼다.


처음엔 금방 떨어졌다. 다리가 버티질 못했고, 중심도 휘청였다. 그래도 또 찼다. 세 번, 다섯 번, 열 번. 점점 땀이 났다. 배가 당기고, 엉덩이가 조여들었다. 허벅지는 부드럽게 떨렸고, 다리는 자꾸 비틀거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안정한 중심이 싫지 않았다. 매끈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한 발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TV에서 제기차기를 하던 장면이 있었다.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그것도 목숨을 걸고.


어릴 땐 그냥 차기만 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건 꽤 고된 일이었다. 중심을 잡아야 하고, 타이밍을 봐야 하고, 무엇보다 놓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단순한 몸동작이 아니라, 집중과 조율이 함께하는 일종의 수행 같았다.


하루 1분, 그것부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속에서 단 1분만 제기를 찼다. 발을 들면 복부가 수축되고, 발등에 닿는 그 짧은 찰나에 온몸이 반응했다. 땀이 배어 나오고, 숨이 차고, 다시 몸이 내 것 같아졌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제기를 바라보는 동안,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다리가 버티기 시작했다. 왼발, 오른발 번갈아가며 차는 것도 익숙해졌다. 짧은 운동이지만 그 안에 숨은 감각이 다양했다. 기울어지는 중심, 흔들리는 무릎, 조여드는 복부. 그 모든 움직임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그 모든 감각이 나만의 속도로 흐른다는 게 좋았다. 누가 채찍질하지 않고,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1분.


언젠가부터 나는 땀을 흘리는 게 싫었다. 숨이 차는 것도, 허벅지가 아픈 것도, 다리 힘이 빠지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아예 시작하지 않았던 거였다. 그런데 이건 이상하게, 몸이 고생하는데도 마음은 편했다.


딱딱한 기구도 없고, 거울도 없다. 굳이 누가 몇 개를 더 했는지도 알 필요 없다. 그냥 나만의 발끝, 나만의 속도.

지금도 제기는 잘 차지지 않는다. 여전히 두세 번 하면 떨어진다. 그래도 괜찮다. 뱃살은 아주 조금, 정말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줄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발끝에서 시작된 그 움직임이 내 안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줬다는 것이다.


무기력했던 여름 안에서, 나는 다시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조용히 한 발을 든다. 발끝을 들어 올리며, 나는 오늘도 투명한 제기를 찬다. 떨어지면 다시 올린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어쩌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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