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하나로 화장실 세균 박멸하는 방법
손끝만 한 비누 조각이 자꾸만 굴러다녔다.
비누 받침대 한구석, 물에 젖은 채로 눌러붙어 있는 걸 몇 번이나 흘끗 보았다. 이제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거품도 시원찮아 그저 방치하고 있었던 그 조각.
어느 날은 그냥 버리려다, 문득 수조 뚜껑을 열었다.
수조 안은 늘 낯설다.
물소리는 익숙한데, 안쪽을 들여다볼 일은 별로 없다.
작은 그물망에 비누 조각을 넣고, 물이 고이는 자리 한쪽에 살며시 내려두었다.
그날 이후, 물을 내릴 때마다 어딘가 낯선 향이 피어올랐다.
살짝 남은 민트향이었다.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게으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화장실 바닥을 닦는 일은 늘 밀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누 조각 하나를 수조에 넣고부터는 덜 미안해졌다.
물을 내리면 얇은 거품이 퍼지고, 변기 안쪽은 예전보다 덜 누렇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없어도, 달라졌다는 기분이 든다.
기분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거다. 누군가 보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만들어도 괜찮다.
비누 하나가 무슨 큰일을 하겠냐 싶지만
냄새도 줄고, 얼룩도 연해진다.
방향제 냄새처럼 머리 아프지 않고, 세제처럼 손이 거칠지도 않다.
천천히 녹아가는 비누 조각이, 매일 한 번씩 물살을 타고 흐른다.
작고, 은근하고, 조용하게.
주의할 점도 있다.
보디비누는 안 된다. 향은 좋지만 수조 안에서 질척하게 남는다.
진한 색의 비누도 조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변기 벽에 흔적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늘 하얀 비누만 쓴다. 오래되어도 조용한 냄새.
잊고 있던 수세미 냄새 같은 걸 덮어줄 만큼이면 충분하다.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맑은 공기가 가만히 마중 나오면
아무도 모르게 혼자 기뻐진다.
누군가는 모를 일이다.
남은 비누 조각 하나가 이런 마음을 만든다는 걸.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쓰고 남은 것을 끝까지 쓰는 일이
이렇게 조용히 나를 안심시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