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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족제비 Aug 19. 2024

2024년 8월 근황

회원 통합과 결제 시스템 기획


1.

7, 8월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전 회고에서 언급한 '통합 브랜드'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나는 브랜딩보다는, 브랜딩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기존에는 제품별로 판매 프로세스와 담당 부서가 따로 있었다. 마케팅 부서에서 확보한 리드가 각 제품 조직에 적절히 분배되기까지는 동일하지만, 그 이후 과정은 조직마다 다르게 진행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제품마다 별도의 백오피스와 '회원 계정'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는 '통합'을 위해 시스템적,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제품마다 '회원 계정'을 담는 데이터 구조가 다를 수 있다는 점, 2) 인증과 인가 처리 방식, 3) 정보보호 이슈, 4) CRM 프로세스의 차이


새로운 제품을 런칭할 때는 새롭게 만든 회원 DB에 사용자 정보를 담으면 그만이지만, 기존 제품을 통합하거나 리뉴얼할 때는 언제나 '기존 사용자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명확하고 쉬워 보이는 해결책은 인증 서버를 통합하고, 제품별 회원 정보를 새로운 DB로 마이그레이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제품마다 필수로 받아야 하는 데이터가 다르다면? 어떤 제품은 그 값의 중복을 허용했다면? 설득과 합의가 필요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개인정보 처리 이슈가 대표적이다. 이미 제품별로 개인정보 처리 방침과 이용 약관에 대해 회원들에게 동의를 받은 상태이다. 이는 해당 '제품'을 대상으로 받은 동의인데, 이 정보를 통합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만약 제품이 계열사 등으로 인해 법인이 다르다면? 여기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B2B 제품이라면 판매 계약서, 사업권 등 다양한 법적 히스토리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한 번에 모든 제품을 통합하는 것은 일정과 리소스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스탠스는 무엇일까? 사업 전략 방향에 맞춰 제품 스펙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효과를 검증하고 조직의 당위성을 마련해야 한다. (해결 방법은 조직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현재 나는 조직의 큰 사업 전략에 맞춰 제품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행히도 먼저 통합을 진행한 제품의 법적 이슈를 해소하고, 양 조직의 정책 합의를 완료한 덕분에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각 제품별로 제품 관리자, 영업 담당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고, 이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조직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합의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다. 언제나 그렇듯, 다들 필요한 건 알지만 그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지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라포를 잘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해관계자와 그들의 고객, 그리고 조직이 얻는 가치가 명확해지는 게 가장 중요함을 느꼈다.


7월 말, 8월 초에는 이 과제에 있어서 시퀀스 다이어그램을 그리며 프로세스와 필요한 유저 스토리를 정리하고, 합의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 것 같다.


내일은 1차적으로 통합할 제품의 관계자들과 만나 배포 타임테이블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타임테이블, 예상 리스크, 백업 계획의 초안을 내가 먼저 작성한 뒤, 그 자리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조직 리더, 제품별 기획자 및 개발 담당자, 데브옵스팀까지 모두 초대한 상태여서 10~20명 정도가 모일 것 같다. 


더 현대의 H.POINT

여담으로, 보통 회원 통합은 멤버십 제도와 함께 이루어진다. 사례가 궁금하다면 계열사가 많은 기업의 멤버십을 찾아보자. 주로 대기업의 사례를 보면 꽤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더 현대의 H.POINT. (이들도 고생 많았을 것이다.)



2.  

현재 내가 맡은 제품(통합 브랜드 사이트)에는 '온라인 결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회원이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영업 담당자를 거치지 않고 구매한 후, 그 제품을 즉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원 통합과 제품 연동, 두 과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진은 효성에프엠에스에서 제공하는 HTTP 통신 프로토콜.
(https://www.hyosungfms.com/fo/srv/linkage.do)

ⓒ효성에프엠에스


이번 프로젝트에서 나는 오랜만에 제품 구매부터 결제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하는 시스템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제품을 구독하는 성격이 강한 것이 이번 시스템의 특징이다. PG 계약까지 챙길 여력이 부족해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눈치 백 단 리더가 미리 해당 업무를 처리해 주셔서 부담을 덜었다. 굿.


이전 회사는 아임포트라는 PG 중계 서비스를 활용했는데, 직접 PG사를 연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따로 전달받은 API 명세를 보고 업체 측에서 정리한 케이스를 일부 숙지했다. 결제 요청/재시도/실패 로그 처리 등은 내부 시스템에서 관리를 하니 관련 화면도 설계를 끝낸 상태다. PG사 CMS도 언젠가 파악해야 할 듯.


현재는 예치금, 쿠폰, 단건 판매, 그리고 뒷단의 각종 자동화 처리(예: ERP 연동)를 제외한 상태로 기획을 진행 중이다. 덕분에 당장의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상태이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기획 부채로 남아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제 시스템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별 정책과 케이스별 예외 처리, 그리고 백오피스 기능의 설계다. 특히 결제 시스템은 사용자 경험과 직결되기 때문에, 결제 실패 시의 예외 처리나 결제 완료 후의 프로세스 자동화 등이 잘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백오피스에서는 결제 내역 조회, 환불 처리, 고객 지원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두 세부적인 화면 설계와 연결되기 때문에, 현재 이 부분에서 손이 부족한 상황이 큰 부담이다.



3.

나는 일찍 출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IT 트렌드를 보거나 글을 쓰는 등 자기계발이 주 목적인데 이번 조직에선 이 패턴이 깨진 상태여서 다소 아쉽다. 최근에는 오전 7시 반에 출근해 오전에는 이슈 대응 및 프로젝트 관리를, 오후에는 각종 논의를, 그리고 저녁에야 비로소 세부 정책, 화면을 설계하는 듯. 맡고 있는 역할이 많다.



4.

최근에 조직의 기획 대표 실무자로서 피그마 APAC 지사와의 대면 미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8월 13일 화요일, 강남역에서 피그마 APAC 지사와 단군소프트가 공동으로 주최한 피그마 컨퍼런스, '2024 Config Recap' 행사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피그마의 대표적인 컨퍼런스인 Config를 작년과 올해 모두 라이브로 챙겨봤던 터라,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기능들은 대부분 익숙했다. 하지만 쿠팡, LG전자, 카카오페이의 디자인 리더들이 진행한 세션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 기업의 디자인 전략과 접근법을 들을 수 있었는데, 시간이 좀 더 주어졌다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평일 저녁에 진행된 행사라 퇴근 후에 모인 사람들이 많고, 세션이 끝난 시간이 꽤 늦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네트워킹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만약 낮에 열렸다면 저녁 시간에 맞춰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이어졌을 텐데, 밤에 진행된 행사라 그런 점이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그마가 어떻게 제품을 통해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고, 그들이 직접 찾아오게 하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피그마는 디자인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덕분에 나 같은 골수팬들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피그마가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모든 제품 제작 과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타깃을 더 넓힌 점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피그마 '2024 콘피그 리캡'



ⓒ 327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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