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목요일. 사흘이 지났다. 남편은 아직 통영에 있다. 남편으로부터 통영에 다녀오겠다는 통보를 들은 월요일 아침부터 나흘째. 생각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왜 통영에 갔을까? 4일의 연차를 소진하면서까지 통영에서 해야하는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정말... 통영에 간 건 맞을까? 남편을 의심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이 자꾸 찾아오는 의심 앞에서 무력한 것이 문제이지만.
대학생 시절 가장 친했던 민영이. 민영이가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남자친구, 내가 대학원에서 사귄 두 번째 남자친구, 첫 직장에서 사귄 세 번째 남자친구. 모두 바람을 피웠다. 바람을 피우는 남편의 이야기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필라테스 학원 수강생들 사이에서, 둘째 유치원 엄마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는 종종 들렸다.
그런데 태현 씨가 바람을? 태현 씨를 믿었다. 아니, 태현 씨를 믿는 나를 믿었다. 7년간 내 남자친구였고 5년째 내 남편인 남자다. 내가 선택한 남자가 그럴 리 없다. 자연스럽게 믿고 있었고, 그날 이후로는 최선을 다해서 믿고 있다. 그날. 남편이 갑자기 차를 바꾼 날.
월요일. 둘째를 데리러 가기 위해 주차장에 내려갔다. 주차장에서 나는 어떤 차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차가 왜 여기에?
- 세단 안 사고 스포츠카 샀어?
- 응. 그동안 세단만 탔잖아.
- 왜?
- 내가 말 안 했나? 성적 됐는데 검사 안 한 이유.
- 뭔데?
- 외제차 타고 싶어서.
쨍한 푸른색의 포르쉐. 내가 포르쉐를 보며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삼켰던 날. 검은 세단만 타던 남자가 스포츠카의 운전석에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던 날. 남편이 나랑 상의도 없이 차를 바꾼 날.
그로부터 두 달 후. 통영에 간 남편이 나흘째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차를 둔 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도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다. 통영에 가는데 차를 두고 갔다고? 왜? 차에는 블랙박스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