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달아공원

1월 20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통영에 좀 다녀와야겠어." 아침에 구두를 신으며 한 남편의 말에 나는 놀랐다. 태현 씨는 삼년 전 둘째가 태어난 이후로 경북도 한 번 방문한 적이 없었다. 작년 한 해 동안은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네 식구가 함께 떠날 예정이었던 하와이 여행은 결국 나와 아이들 셋이 다녀와야 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라는 것이 너무 바쁜 일이구나, 태현 씨를 지켜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종로에 위치한 회사에서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리는 통영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는 없다. 삼 일, 최소한 이틀은 휴가를 내야할 텐데... 왜? 오늘은 금요일이 아니고 월요일이다. 육 년 전 지금의 회사에 들어간 이후 여름 휴가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휴가를 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로펌 변호사는 시간과 큰 돈을 교환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종종 이야기했다. 돈을 버는 일에만 매진했다. 그런 식으로 유년 시절의 지독한 가난에 복수하겠다는 듯. 그런 식으로 빈곤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오랜 고통을 보상 받겠다는 듯.


더구나 통영이라니. 남편은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고 대구 경북고에 진학하기 전까지 고령에서 살았다. 친가는 고령이고 외가는 대구다. 경남에 가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친구일까? 나는 지금껏 남편의 모든 친구를 알고 있다고 믿어왔다. 굳이 내게 숨겨야 할 친구 같은 건 없을 것이다. 6시에 가볍게 툭 던진 남편의 말을 나는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다. 10시 3분. 문자를 보낸다. "오늘 가? 통영" 20분 지나서 답이 돌아온다. "응 퇴근 후에" "왜?"라고 적었다가 이내 지우고 만다. '다녀오면 물어볼까?' 결혼하기 전에 내가 다짐한 게 있다. 결혼을 해도 태현 씨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참견하지 않는다. 부부가 얼마간 독립성을 유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건 어릴 때부터 나의 지론이었다. 먼저 말해주겠지. 세탁기에 빨래를 넣으며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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