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니와 알렉산더 Jul 01. 2024

레퀴엠

열두 번째

끝끝내 어김없이 죽어버린

짧은 시절에게 바치는

진혼곡


사념의 구슬픈 목소리는

짙은 음률의 향을 전파하며

방을 그득하게 채운다


또 한 시절이 죽었다

이 시절에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있어서는 죽은 사람들이 될 것이고

이 시절에 살았던 나도

다음 시절로 이주한 나에게는 죽은 사람이 될 것이고


시절의 영정 앞에

나는 흰 국화 대신

붉은 장미를 바치리라


향로에는 향 대신

로메오 이 훌리에타


묵념.


이전 11화 생활의 부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