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니와 알렉산더 Jun 30. 2024

생활의 부재

열한 번째

또 비 오네

아 난 비 오는 날 존나 싫어

피노 누아를 마시던 내가

재떨이에 재를 털며 말했다


비가 고체가 아니라 액체라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이니

피노 누아를 마시던 네가

연기를 길게 내뿜고 말했다


생각해 봐 비가 고체였다면 말이야

고체 중에서도 이를테면 금속이었다면?

그러면 인류는 멸종하지 않았을까?

운석이 공룡을 멸종시킨 것처럼


너 내가 UCL에서 박사 학위 받은 거 알지?

내 박사 학위 논문이 theory of evolution에 다는 수학적 주석이었어

비가 고체였다면

고체 중에서도 이를테면 금속이었다면

인류의 피부는 경화(硬化)됐을 거야

이를테면 피부가 티타늄처럼 진화하는 거지

그랬다면 주사기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네


밤새 비가 내린다

남자와 여자는 세상 물정에 관심이 없을 만큼 많이 가졌고 많이 배웠다

지적인 인용과 해학과 위트

관념과 사상은 있는데 생활은 없다


밤새 비가 내린다


이전 10화 유일한 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