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한태현
태어나보니 중학교 1학년이었다. 기억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말은 문학적 수사도 과장도 아닌 사실의 진술이다. 나는 열네 살에 태어났다. 열네 살, 작은 초가집에서 모여 살던 우리 가족은 연탄 가스에 중독된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식구들을 모두 깨웠고, 여덟 식구는 가까스로 마당으로 몸을 피했다고 했다. 엄마가 장독대에서 동치미 국물을 떠다가 식구들에게 마시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전혀 기억할 수 없다. 그날, 나는 그때까지의 기억을 완전히 잃었다.
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대입 상담을 하고 반으로 돌아왔다. 교실 문을 여니 친구가 대뜸 어머니가 두 명이냐고 물었다. 시골에는 정말 어머니가 둘인 집이 이따금 있던 시절이었다. "미친 새끼. 본드 했어?" 무슨 그런 농담을 하냐는듯이 가벼운 실소를 터뜨리고 조금 날카롭게 대꾸했다. 친구는 너희 어머니가 와 계신데, 너희 어머니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 친구는 우리 집에도 종종 놀러왔던 친구였다. 일순 교실 안이 조용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들이 모두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문제의 어머니가 계신다던 교문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피부가 유달리 검고 우리 엄마보다 열 살은 더 많아 보이는 아줌마가 서 있었다. 입술은 너무 빨갰고 단정한 분홍색 한복 차림이었다. 아줌마는 나의 눈을 한참 - 정말 오랫동안 - 응시했다. 그러고는 활짝 웃었다. 너무 황당한 일을 맞닥뜨리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는 아줌마한테 따지듯이 물었다. "아줌마 누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