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오피스텔에서

2025년 1월 5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광주의 오피스텔에서 엄마는 느릅나무 껍질과 목련 꽃봉오리를 주전자에 넣고 오래오래 달입니다. 그것들은 비염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신 코를 푸는 아들은 붉은 빛 물을 황송하게 받아 마십니다.


광주의 오피스텔에서 동생은 그릇을 닦습니다. 광주로 오기 위해 토요일 새벽에 일어난 동생은 공대 출신입니다. 직장인에게 휴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최근에 알아가기 시작한 오빠는 동생에게 느끼는 고마움을 공학적으로 계산합니다.


광주의 오피스텔에서 아빠는 자동차키를 챙깁니다. 주말 동안 열 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광주로 온 초로의 아빠를 아들은 바라봅니다. 부모님은 느릅나무처럼 늙어갑니다.


박수근은 양구공립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 느릅나무를 그린 적 있다고 합니다. 광주의 오피스텔에서 느릅나무 세 그루가 자랍니다. 세 그루 느릅나무 옆에서 나는 자주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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