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겠습니다

2025년 1월 5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고요한 암자 같은 집으로 돌아온다


퇴근하고 돌아온 집은 적요하다


물 흐르는 소리만 들으며 손을 씻고

다시 적막


조용하게 렌즈와 외투를 벗고

조용하게 벗은 외투를 옷걸이에 걸고

조용하게 벗은 렌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침묵하는 즉석밥을 침묵하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시를 쓰고

다시 적막


퇴근하고 돌아온 집은 적요하다


적요한 집에 적요한 침대에

어린 아이만한 수달 인형이 누워있다


조용하게 수달의 볼을 쓰다듬고

조용하게 수달의 꿈을 상상하고


물 흐르는 소리만 들으며 얼굴을 씻고


조용하게 불을 끄고

조용하게 하루를 끄고

조용하게 잠에 들고

조용하게 일어나고


다시 적막과 물 흐르는 짧은 소리와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짧은 소리와 다시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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