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계단을 오르지 못한다
쥐에게 계단은 너무 높다
층계참에서 흰 곰은 쥐를 내려다본다
처음에는 회색 먼지인 줄 알았다고 한다
곰이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간다
어디로 가시나요
만나야 할 쥐가 있어요
도와드릴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흰 곰이 회색 쥐를 갈색 조끼 주머니에
살포시 앉힌다
쥐가 미안하고 고마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곰이 말한다
저에게는 쉬운 일이라서요
삼층에 도착한 쥐는 연신 허리를 숙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쥐구멍이 있었는데
쥐가 변명하듯 읊조린다
우리 곰들의 눈에는 쥐가 안 보여요
미안해요
곰은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한다
자주 아래를 봐야지
오래 아래를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