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19)
오래된 슈퍼마켓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
언니는 소설을 쓰고 있다
노트북을 살 형편이 못 되는지
노트에 손으로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단을
적어나간다
언니 옆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오래된 슈퍼마켓에는 오래된 동네의 가난한 노인들이 찾는다
손님은 해 단위로 준다
냉장고에 장수막걸리를 채워 넣는 빈도가 준다
언니와 동생은 매대 뒷편 창고에서 잔다
침낭 두 개가 세간의 전부
언니의 소설 속에서
자매는 각자 방이 있다
넓고 푹신한 침대와
넓고 견고한 책상과
인형과 창문과 노트북이 있는 방
오래된 슈퍼마켓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