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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Jan 17. 2024

설경 속 단상

눈 내리는 날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적다

밀도 높은 눈이 내리는 날이다. 

밀도 낮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밀도 높은 눈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땅에 쌓인다.

머잖아 녹아서 사라질 것이다.

하늘에서 탄생해서 공중에서 찰나의 삶을 살다가 땅에서 사멸한다.

우리의 인생 같지 않은가.


이렇게 짧은 것이 인생이라면, 

언젠가 내린 눈과 같이 곧 흔적도 없이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 인생이라는 것 참 허무하다.


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긍정하면서도, 

허무한 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들이 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나는 소설가도 되고 싶다.

이번 달에 소설 집필에 착수할 것이다.

완결성을 지니는 장편 소설을 정말 쓰기로 마음을 먹기까지 26년이 걸렸다.


플라톤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의 이데아가 있다.

복잡한 플롯과 연이어 등장하는 반전과 치밀한 복선의 배치를 지니는 소설이 그것이다.

나는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독자로서 읽고 싶은 소설을 소설가로서 직접 쓰고 싶다.


2024년 1월 17일. 서울에는 눈이 내렸다.

가끔씩 소설(素雪)을 일별하며 소설(說)을 읽는다.

스테이시 윌링햄의 '깜빡이는 소녀들'.

그녀의 데뷔작이다.

나도 그러한 수준의 데뷔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완성할 수 있다고 믿어야지.

소설 쓰는 일은 오롯이 나 혼자 해야하는 일인데,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그 어려운 일이 얼마나 더 어려울까.


모래시계 속 작은 폭포처럼 흐르는 모래처럼

하늘에서 중력의 미끄럼틀을 타고 눈송이가 하강한다

모래시계의 상체는 지금도 계속 가벼워지고

모래시계의 하체는 지금도 계속 무거워진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룰 수 있다고 믿어야지.

아니, 믿어 버려야지.

슽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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