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달아공원

2월 13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지훈의 어머니는 지훈의 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너무 죄송해요. 오늘 퀄 시험*이 있어서 정신이 없다가. 시험이 끝나니까 깨달은 거예요. 약속 시간을 안 정했구나! 저는 저녁 시간을 생각했는데, 생각은 했는데 말을 못 해서, 혹시 기다리고 계실까, 기다리고 계시면, ......" 그녀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힘겹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녁 같이 먹을까요?"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을까요?" 벤치에 앉은 그의 눈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그녀가 물었다. 그는 왼 손목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4시 35분에 도착했으니까 삼십 분 조금 넘었네요." "이 건물 지하 일 층에 치즈케이크 팩토리 있는데, 거기서 기다리시지. 춥지 않아요?" 그의 뺨과 손이 붉었다.


퀄 시험* - Qualifying Exam. 보통 미국 대학원 입학 일 년 후에 치르는 박사자격시험


"여기 전망대 아직 안 가봤죠?" "이 주 전에 오헤어*에 도착해서, 다운타운에 온 것도 처음이에요. 하이드 파크*를 벗어난 적이 없거든요." "지금 같이 가봐요. 저도 아직 안 가봤거든요." "정말요? 왜요?" 그녀의 얼굴이 그의 뺨과 손처럼 붉어졌다. "예? 아, 그냥......"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가까이 서니 그녀에게서 향수의 향이 풍겼다. 장미향이었다. 전망대가 있는 94층에서 내린 그들은 시카고의 야경을 보며 감탄했다. 그녀는 심장이 강하게 뛰는 걸 느꼈는데, 그게 시카고의 야경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 탓인지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매우 긴장했다는 걸 느꼈는데, 그게 너무 높이 있는 전망대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옆에 있는 여자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오헤어* - O'Hare International Airport.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하이드 파크* - Hyde Park. 시카고의 행정구역으로, 시카고대학교가 위치한 지역


94층 바에서 칵테일 잔을 든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시카고에서 공부했던 과장님이 전망대에서 보는 미시간 호수가 그렇게 예쁘다고 하던데요. 엄청 푸르다고. 오늘 푸른 호수를 못 봐서 아쉽네요." 그녀는 "저는 일몰을 못 본 게 너무 아쉬워요. 해가 이미 저문 다음에 와서요."라고 답하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다음에 여기 일몰 보러 다시 와요. 일찍 와서 푸른 호수도 같이 봐요."


한 학기가 지나고 두 사람은 다시 전망대를 찾았다. 그들은 푸른 호수도 보고 일몰도 봤다. 두 사람은 전망대에서 내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두 약지의 두 반지가 여름의 시카고의 햇빛을 반사했다. 햇빛도, 반지에 반사된 햇빛도 찬란했다. 그들은 서울로 돌아가면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아직 몰랐다.


결혼은 석사 학위 논문보다도, 심지어 박사 학위 논문보다도 훨씬 어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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