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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

늦지 않을 것이다.

by 조은주

우연히 PD수첩에 'P예고 3명 사망사건'이라는 제목의 내용을 시청하게 되었다. 무용인을 꿈꾸는 3명의 여고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면서 불거진 사건을 다루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학교강사와의 관계로 아이들이 자살한 것으로 나오지만, 진실은 무용과 학생이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면서 학교와 학원에 유착관계가 드러나고 그로 인해 생들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있는 신성한 학교에서 어른들의 탐욕에 의한 썩은 카르텔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고립되고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여 아이들은 죽음에 이른다. 그 피해는 모두가 침묵하면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과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카르텔(cartel) : 담합, 연합




7년이라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아이의 입시를 맡겼다. N선생에게 맡긴 2번의 입시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사실 2번의 입시는 세 번째 입시를 위한 워밍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세 번째 입시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세 번째 입시의 재도전을 위해 고심 끝에 J선생으로 교체를 시도하였다. 사교육에서 정당하게 수업료(비싼)를 주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선생을 교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오랫동안 아이를 맡아준 N선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있었다. 그러나 N선생에게 수모를 당한 다음에야 예술계의 사교육은 일반적인 사교육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을 알았다. 그 수모는 N과 J가 앙숙이라는 것 때문에 겪어야 했던 일이었다.


서로가 앙숙인 건 그들의 사정이었다. 하지만 N은 자기가 소개한 A선생에게 가지 않았고, 자기가 아이를 낳으려고 쉬는 동안 소개한 B선생을 잘 챙기지 않았다며 화를 내고 예의가 없다고 했다. (N은 중요한 입시를 앞둔 입시생에게 임신한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입시 막판에 출산을 하러 가는 바람에 선생이 반복적으로 바뀌는 행태를 자행했다) 그러면서 입시도 실패한 마당에 자신과 의논도 없이 앙숙인 J에게 갔다며 여러 가지 폭언을 쏟아냈다. 적반하장이었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나 자신이 비겁한 생각까지 들었다.


원래 나는 부당한 상황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꾹꾹 누르며 참았다.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커다란 수치심이 다가왔다.

더군다나 마지막에 N은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내 아이의 미래를 두고 보겠다며 이 바닥은 좁다고 반협박을 했다. N은 아이가 있는 엄마였다. 어떤 부모도 자신에게 하는 질타는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하는 악담은 용서되지 않는다. 그때 내가 든 생각은 N을 어떻게 사회에서 매장시켜 버릴까였다.

N은 대학교수이다. N은 잃을 것이 많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난 잃을 것이 없다. 그리고 내 아이를 건드려 화가 많이 난 엄마이다.




PD수첩에서 방영한 희생된 아이들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다. 지도자의 자리에서 함부로 행하지 말아야 할 권력들을 휘두르고, 그것을 매개로 아이들과 부모들은 협박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 한국 예술계의 현실인가?


내가 겁쟁이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난 아직도 N을 사회에서 매장시키지 않은 것이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른다)

N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는 그 마지막 문자를 잘 보관하고 있다.

N이름과 얼굴이 정확히 나와 있는 문자(캡처)이다.


가끔 그때 상황이 생각난다. 대항하지 못한 울분이 아직 남아있다.


언젠가 잊혀지려나..........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준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모든 아이들을 생각하면 부조리한 세상을 다 까발리고 싶다.

하지만 세상을 짊어질 아이들이 자신을 지킬 나이가 되면 그때 알려줘도 늦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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