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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빈소파

by 조은주

아침 출근길에 핸드폰으로 홈캠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친정엄마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90세가 넘으신 친정엄마는 같이 사는 오빠가 출근하고 나면 혼자 집에 계신다. 혼자 계시면서 혹시나 넘어지지는 않으실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친정집에 홈캠을 설치하였다. 처음엔 핸드폰과 연결된 홈캠으로 엄마의 모습이 보이니 신기하기도 하였고, 엄마가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보이면 뭘 그렇게 맛있게 드시나 귀여워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엄마의 치매가 중증으로 가면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 모습을 보고 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홈캠에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빈소파를 보면 눈물이 나기 시작하였다. 오늘도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시고 눈만 멀뚱멀뚱 뜨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식사는 제대로 하셨는지?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외롭지는 않으신지? 온갖 생각으로 슬픔이 밀려왔다.

그러다가도 다시 엄마의 모습이 보이면 반가움에 웃음이 지어지곤 한다. 같이 사는 오빠의 모습이 보이거나 집에 오시는 요양보호사의 모습이 보이면 안도감에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엄마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홈캠이 아침부터 나를 울리고 웃기고 하는 것이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재작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항상 앉아 계시던 책상과 빈 의자를 보면 마음이 먹먹해지는데...

엄마의 빈소파가 벌써부터 나를 힘들게 한다.


<알 수 없는 반가움

내년 추석은 맞이할 수 있을까

가슴은 저며오고 애써 외면하며

나아지지 않는 손마디를 끊임없이 주무른다


비어버린 소파

그 자리에 앉아계셨는데

사라져 버린 형상을 그리워하며

지난 간 흔적들에 후회하고

이곳에 똑 닮은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 [작가의 시 일부를 발췌]

젊은 시절 모든 것이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와 서로 마주 앉아 얘기도 잘 나누지 못했다.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엄마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드리지도 못했고 내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해 드리지도 못했다. 이제 엄마는 치매증상으로 말씀을 잘 안 하신다. 내가 묻는 질문에만 단답형으로 대답한다. 방금 전 물어본 말도 기억하지 못하고 모든 것에 의욕이 없으시다. 엄마의 시간은 어느 순간부터 멈추어 있는 것 같다.


이미 늦어버린 채 나의 손 안에서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너무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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