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색

퍼즐과 건전지

by 조은주

그 부부는 무채색과 무지개색이란다. 무지개색인 아내는 혼자서 드라마를 보면서도 울고 웃고 찡그리고 감정의 변화가 다양한 사람이다. 무채색인 남편은 무뚝뚝하여 아내의 무지개색을 이해하지 못하고 항상 아내의 모습에 당황해하는 사람이다. 아내는 남편과 전혀 소통이 안된다고 답답해한다. 남편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내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두려워한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함께 키우고 사랑해 주어야 하는 운명 공동체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부부가 무지개색과 무채색이므로 처음에 만났을 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기에 좋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예와 신혼이 끝나면 현실이 다가온다. 현실 속에서 상대의 반대되는 모습은 나를 보완해 주는 퍼즐 같은 모습이 아닌, 건전지의 양극 같은 타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건전지의 양극은 떨어져 있지만 결합함으로써 결국 하나의 에너지로 발생하게 된다.


나도 생각해 보니 무지개색인 사람이었다. 무지개색이라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내면의 세계이다. 겉으로는 활달해 보여도 무채색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 얌전해 보여도 무지개색인 사람도 있다. 나는 무지개색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내 감정의 색깔변화를 감당하지 못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무채색으로 진행 중이지만 무지개색일 때는 흔히 말하는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곤 했다.


무지개색은 다양하다.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고 있기에 시시각각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변에서 인정해 주고 호응해 주면 편안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현상들과도 많이 접촉해야 한다. 사람이든, 사건이든, 환경이든 또는 자신의 스펙터클한 내면세계이든.

주변 현상의 접촉이 가장 많은 것은 가족과 직장이다. 그리고 그중 가족이 우선이기에 변화의 호응도도 가족에게 더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무지개색의 표현도 있다.

'에스콰이어'라는 드라마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40대 아내를 스위스로 데려가 안락사시키고 돌아온 남편의 이야기이다. 아내의 남동생은 매형이 누나를 죽게 하였다고 신고를 한다.

그 신고로 법정에 선 남편이 한 말이다.

"사랑은 일차원적이고 단면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아픈 아내와 시간여행을 하면서 사랑은 수많은 감정으로 빛나는 거구나. 사랑은 무지갯빛이구나. 빨강은 열정, 주황은 따스함, 노랑은 기쁨, 초록은 평안함, 파랑은 신뢰, 남색은 깊이, 보라는 신비로움. 세월이 지나면서 무지갯빛으로 풍성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사랑이 사라졌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나중에야 아내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고 아내의 선택을 존중하게 되었다 " ['에스콰이어' 드라마 대사 인용]

결혼생활의 처음과 끝을 말해주는 것 같아 큰 울림을 주는 대사였다.



처음 들어올 때 그 부부의 표정은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오은영 박사의 무지개색과 무채색의 비유로 상담이 끝날 때 그 부부는 밝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서로의 색깔이 달라 갈등이 심각했던 두 사람은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 마음이 유지된다면 부부의 사랑은 무지개색의 변화처럼 풍성하게 빛날 것이다.



무지개색 성격인 나를 인정해 준 나의 남편은 내가 변화할 때마다 항상 기다려 주었다. 그 세월이 벌써 30년이 가까워 온다. 기다려 준 남편에게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요즘은 에겐남이 된 남편덕에 내가 무채색이 되어 가고 있다. 남편의 변화무쌍한 무지개색을 감당할 준비를 마쳤기에 언제든 '빨주노초파남보'로 공격을 시도해도 나는 받아줄 용의가 충분히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천주교와 기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