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촌은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 1995년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문경으로 지역명이 바뀌었지만, 나에겐 점촌이 더욱 익숙하다.
문경은 시골로 느껴질 정도로 작은 도시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문경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았다.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봐서 "문경"이라고 대답하면 열의 아홉 명은 이렇게 되물었다.
"거긴 뭐가 유명해?"
"문경새재가 유명해"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중에는 "그게 뭐야? 새로 나온 세제야?"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문경은 생소한 곳이었다. 나조차도 문경이 여행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작은 도시에 뭐가 볼 게 있어 여행을 올까 생각했었는데, 한걸음 뒤에서 보니 문경은 볼거리 가득한 곳이었다. 내가 떠나 있는 동안 문경은 문경새재부터 다양한 축제, 먹거리 등 여행하기 좋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문경돌리네습지도 그중 하나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 등에 녹아 형성된 접시 모양의 웅덩이를 부르는 말이다. 일반적인 석회암지대는 배수가 잘되어 습지로 발달하기 힘든데, 문경에는 습지가 형성되었다. 세계적으로 특인한 사례이고, 국내에서는 문경이 유일하다.
문경 사람들에겐 그저 벼농사짓는 곳이었지만 2011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진행한 생태 경관 우수지역 발굴 조사를 통해 발견되어 국가 습지로 지정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동물과 희귀 식물이 많이 분포되어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람사르습지 도시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예전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지역 주문의 생활터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현재는 많은 사람에게 자연의 중요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한 돌리네습지가 고맙고, 반갑다.
문경돌리네습지를 걷다 보니 봄을 맞은 꽃봉오리와 여름으로 가기 위해 새순이 돋은 버드나무가 보인다. 들판에 남아있는 억새를 보니 지난가을 바람과 함께 흔들리던 모습이 상상이 된다. 산 능선에 눈이 내려앉은 풍경도 보고 싶어진다.
나뭇잎 간질이는 바람이 불어오는 돌리네습지에 앉아 있으니 "이런데 살면 얼마나 좋을까?"란 말이 절로 나왔다. 문경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좋은 곳을 몰랐던 지난날이 머릿속을 흘러간다.
여행과 일상이 어떻게 다를까?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일상의 모든 것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