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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by Christina Lee

정도의 차이

이 정도면 되었다


적당히 그 정도만 해야 한다

적당한 타이밍이었는데

끓어 넘친 장미 한 다발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 빠진 누군가는

오고 가다 전혀 모르는 이를 만나

어둠 속의 장미가 왜 이리도 새빨갛냐고 물었다


적당히 묻혀야 하는데

색깔을 자꾸만 드러내고 만다

산책하던 누군가를 또 다치게 했다


가만히 있었던 장미는 억울하겠다

적당히 피다 지려고 했는데

찬란함에 피를 보게 만들었다니


그렇게까지 할 마음은 없었는데

자꾸만 지나쳐버린다

감정은 언제나 한 박자 늦게 식는다


그런 장미는 해바라기를 만나

능소화를 불러냈으니

이번 여름은 이만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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