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속으로 훅 들어오는
마른 소리, 바스락 거림.
축 말려버린 어깨를
바싹 조일 때가 왔다.
이제는 정말,
농사꾼이 다 되었다.
거두어들인다는 건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었다.
지난 3월, 4월, 5월…
수개월의 뙤약볕과 물벼락,
그 사이에 숨은
서러움과 버팀까지
모두 함께 품어내는 일.
빨갛게 언 코끝의 온기를 머금은
사과와 대추가
더욱 다디단 이유.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익어가기로 한다.
붙잡지 않고, 놓아버리지도 않은 채
손바닥에 남은 따스함만을 확인하며.
가을이 왔다.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