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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데

by Christina Lee


코 속으로 훅 들어오는

마른 소리, 바스락 거림.


축 말려버린 어깨를

바싹 조일 때가 왔다.

이제는 정말,

농사꾼이 다 되었다.


거두어들인다는 건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었다.


지난 3월, 4월, 5월…

수개월의 뙤약볕과 물벼락,

그 사이에 숨은

서러움과 버팀까지

모두 함께 품어내는 일.


빨갛게 언 코끝의 온기를 머금은

사과와 대추가

더욱 다디단 이유.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익어가기로 한다.


붙잡지 않고, 놓아버리지도 않은 채

손바닥에 남은 따스함만을 확인하며.


가을이 왔다.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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