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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리지 않은 눈

매일 오후 5시, 대표님 보고

by Christina Lee

그래서 계획이 뭡니까

말끝이 칼날처럼 스친 순간

책상 아래로 한 줄의 물이 흐르고

그 물결에 내가 깨어난다

꿈이었다


아침은 어제보다 더 낯설어

구름 한 장도 표정을 감추고

발밑의 그림자가 길게 흔들린다


오후 다섯 시

데자뷔처럼 다시 마주한 얼굴

그러나 이번엔

눈을 감았을 때 들리던 소리가 아니다

가볍게, 예상 밖의 빛이 스친다


떨리던 책상도

그 빛에 잠시 숨을 고르고

내 마음의 먼지가 잦아든다


겨울빛이 낮게 깔린 창가에서

얼어 있던 숨결이 천천히 풀리고

두려움이 먼저 그린 그림자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흩어진다


발끝을 살짝 틀고

아직 내리지 않은 눈처럼

말하지 않은 길이 서서히 번져 나온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작은 숨결 하나로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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