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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 돌리기

by 맑은희망

바로 옆 학교 운동장은 잔디밭으로 되어있다. 아이들과 신나게 달리기를 한 후 잔디밭에 앉았다.

"얘들아 동그랗게 앉아봐. 선생님이 수건 돌리기 알려줄게"

나는 다른 교사의 뒤에 수건을 놓고 "자 이렇게 좋아하는 친구의 뒤에 수건을 놓고 달리는 거야. 그러면 수건을 받은 친구는 선생님을 잡으러 뛰어오는 거지." 하며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였다.

“자 그러면 다시 여기 빈자리에 앉는 거야." 하며 보여준 뒤 다른 교사랑 다시 한번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었다.


교사가 한 친구의 뒤에 수건을 놓고 "자 여기 있어. 이제 선생님 잡아야지"하고 말하니 열심히 뛰어온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일어나서 같이 뛴다.

“여기 수건 있는 친구만 일어나는 거야" 교사가 빈자리에 앉았다. "이제 좋아하는 친구 뒤에 놔"하고 말하니 뒤에 놓는다.

“이제 도망가"하고 말하니 도망가는 친구가 저만큼 직진으로 뛰어간다. 100m는 혼자 뛰어간듯하다.

“얘들아 거기가 아니고 이렇게 동그라미로 뛰는 거야"하고 말하고 다시 진행한다.


잡으라고 하면 무조건 직진해서 달리는 녀석들.

수건 돌리기가 계속되니 아이들의 세계도 똑같다. 인기 있는 아이의 뒤에만 자꾸 수건을 놓는다.

"저도 하고 싶어요"하며 서로 손을 든다.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해본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하고 말하니 "너무 재미있어요"하고 말한다.


엉망진창 수건 돌리기. 하지만 몇 달 뒤면 또 해낼 것이다.


"우리 집에 왜 왔니"를 알려줬을 때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왜냐하면 누가 이기고 졌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교사가 이겼다고 하면 "와"하며 소리를 지른다.

한 학기가 지나니 이해한 녀석들. ^^


얼마 후 낮잠시간에 햇빛이 비치는 잔디밭에 동그랗게 앉아서 수건 돌리기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너무 예쁜 대학교 캠퍼스 같은 모습에 '엉망진창 수건 돌리기'가 사진에는 이렇게 사랑스럽다니!!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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