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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냉이, 달래

by 맑은희망

"우와 냉이다"

엄마는 길에서 냉이를 발견하고 뽑기 시작했다.

"엄마 이거는 뿌리도 먹어?"

"응. 뿌리까지 다 먹는거야. 신기하지?"

엄마는 냉이를 캐서 물에 여러번 씻었다.

"냉이는 사이사이에 흙이 묻어있어서 깨끗이 씻어줘야해"

엄마는 냉이를 끓는 물에 데쳐서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무쳐서 주셨다.

"맛이 어때?"

"우와 맛있다."

"그치? 엄마도 어릴 때 좋아했는데.. 꽃이 나면 그때는 못먹어 그러니까 지금 연할때 먹어둬야지^^“

꽃도 풀도 다 때가 있네..

며칠 후 엄마가 ‘쑥버무리’를 해먹자고 하셨다. 엄마는 “이게 쑥이야. 향기도 나지?”하며 쑥을 내밀어 보여주셨다. 쑥에서는 특유의 향이 났다. 쑥은 앞면과 뒷면의 색이 달랐다. 엄마는 능숙하게 쑥을 골라내며 "경숙이도 쑥캐봐"하고 말씀하셨다.


엄마 앞에서는 이해가 되었지만 뒤돌아서 보면 모든 풀이 다 똑같아 보였다. 일단 비슷해보이는 걸로 뽑았다. 엄마에게 가져다 주니

“풀이랑 너무 섞여서 고르는 것보다 새로 캐는게 낫겠어~”하며 머쓱한 내게 웃음을 보이시며 다시 수북이 쑥을 캤다.

다 똑같아 보이는 풀 사이에서 골라내는 어른들이 신기했다

엄마는 쑥을 깨끗이 씻고 쌀가루와 섞었다 그리고 찜기에 찌니 금방 쑥버무리가 만들러졌다 쑥의 향이 부드럽게 퍼졌다. 아까 캘 때와는 또 다른 냄새였다. 바로 찐 쑥버무리는 너무 맛있었다. 부드럽기도 하고 쑥향이 입안에 퍼졌다.


“아랫집 아줌마 좀 가져다 드려줘”하고 엄마는 접시에 담아서 위에 작은 보자기를 씌워주셨다.

여러가지 색의 네모난 모양이 섞인 보자기.


아랫집에는 개한마리가 묶여있어 줄의 끝이 어디일까 무서워하며 크게 돌아서 들어갔다.

“계세요??”하니 잠시후 아줌마가 나오셨다

“어 어서와”

“엄마가 이거 드시래요”

“어머 그래? 쑥 버무리 했구나? 경숙이는 서울에서는 먹어본적 없지?"하고 웃으셨다. 아줌마는 손가락으로 콕 찍은 것처럼 웃을때 입 옆에 보조개가 들어갔다


“잠시만~”하시더니 집안에 들어가셔서 그릇에 우리가 준 보자기를 씌워오셨다

오늘도 보자기는 바로 돌아왔다

음식을 가져다 드리면 빈 손으로 올 때가 거의 없다


“우리는 쑥개떡을 만들었어 먹어봐 이것도 맛있어”

“감사합니다”

초록색으로 얇게 넓게 펴진 동그란 모양이었다

“엄마 아랫집 아줌마가 이거 주셨어”

“아 쑥개떡 만드셨네? 이건 아빠가 좋아하시는데.. 경숙아 한 번 먹어봐”

처음 먹어본 쑥개떡은 무척 쫄깃했다

“맛있다!”

“그치? 이거는 식어도 맛있어 나중에 기름에 구워서 먹어도 맛있어”하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흔한 풀이 요리가 되는 마술.

먹을거리가 길에 펼쳐진 느낌이었다.


“엄마 이게 뭐야?“

편식이 심한 나는 오늘도 새로운 풀때기를 보았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데 새로운 맛이 났다

“달래야 맛있지?”

“아 나는 별룬데”

“그래? 경숙이는 맛있다던데?”

“걔는 다 맛있지”

"먹어봐 몸에 좋대“

엄마는 냉이를 고추장이랑 비벼서 주기도 하고 된장찌개에 넣기도 했다 한번은 아랫집에서 주셨다면서 씀바귀를 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쓴 걸 뭐하러 먹지?’

엄마의 상추, 부추 그리고 새로운 풀때기까지. 다 똑같아 보이는데 엄마는 맛이 다 다르다고 했다.

'어른이 되면 맛있어 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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