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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Aug 11. 2023

누워서 밤 떨어지길 기다려볼까?


운석이 떨어졌다며, "같이 주우러 가지 않을래요?" 하는 다소 귀여운 멘트하던 뉴스를 보고, 정말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나 엉뚱한 사람인 걸까? 


그렇다면 나의  엉뚱함은 어릴 적 시골집 뒷마당에 있던 아주아주 키가 큰 밤나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밤을 줍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어디로 떨어질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던 가을, 밤 떨어지던 날들.


우리 집 뒷마당에 자리 잡고 있던  큰 밤나무 밑에는 열개가 넘는 크고 작은 장독대가 있었고,  맹감나무, 사철나무가 밤나무를 경계로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밤나무가 있는 곳은  위쪽보다는 장독대 쪽 햇볕 더 잘 드는 곳이어서  밤송이가 벌어질 때가 되면 항상 그곳부터 살폈다.

가을, 어느 날이라고 정해지진 않았지만 알밤 한알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알밤 줍기 좋아하는 나의 시간들이다.

한 톨씩 ''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투두둑' 하며 두세 개가 한꺼번에 떨어지기도 다. 지붕 위로 떨어지는 밤은, 자려고 누운 내 이마 위 바로 떨어질 것 같은 큰 소리를 내기도 했고, 장독대 위에 떨어지는 것들은 난타라도 연주하는 듯 리듬이  있었다.  


밤이 시작되면 어두워서 줍지 못하는 아쉬움에 요것들이 어디를 맞고 어느 쪽으로 떨어졌을까? 하는 생각 하며 밤 떨어지는 소리를 듣다가 잠들 때가 많았다.  그리고는 새벽 동트기가 무섭게 일어나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밤나무 밑으로 달려 나갔다.


이런 것도 경쟁자가 없으면 재미가 없었겠지만, 우리 남매 중  세명 밤 줍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경쟁이 제법 치열했다.

경쟁을 벌이며 주웠다고는 하지만, 먹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물을 찾았을 때와 같은 만족감으로 줍는 것 자체를 즐겼다.


크고 작은 잡초들 사이,  초록초록한 작은 풀들 속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 깨끗한 밤톨들. 침이슬을 맞아 세수라도 한 듯 말끔한 모습 보면 누구라도 밤 줍기에 매료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밤 줍기에도 장애물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밤나무 밑에는 뱀이 많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어느 날 밤을 줍다가  뱀과 마주하게 되면, 자신이 얼마나 잘 달릴 수 있는지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막대기 하나 손에 들고 땅바닥을 툭툭 치며 소리를 내고 다닌다면,  뱀도 그다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진 않기 때문 뱀과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뱀들은 떨어지는 밤송이에 날벼락을 맞고 도망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며칠 사이에 바람이 다르게 느껴지며 살짝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밤송이 크기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으니,  조만간 밤송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뒷산에 막대기 하나 집어 들고 예쁜 밤 주우러  올라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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