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드론, 자격증 타고 날다.

by 윤영

호기롭게 집을 나섰던 남편이 수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벌써 책이 들려 있었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이 난데없이 드론 자격증을 따겠다고 나서긴 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해내야 하는 조건이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는 일인 만큼 스스로 결단이 필요해 보였다.

이론 교육과 실제 비행한 시간을 채워야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고 하니 고민이 클 만도 했다.


남편은 하고 있는 사업을 떠나서 생각해 봐도 유난히 활동적인 사람이다. 취미로 시작했던 스포츠만 해도 야구, 배드민턴, 골프, 축구 등 안 해 본 것 빼고는 다 해 본 사람이다. 게다가 각종 봉사활동 모임에 친목 모임까지 한 달에 최대 20개가 넘는 모임을 소화하는 건 누가 월급을 준다고 해도 다 해내지 못할 일이다. 각종 모임에서 일반회원으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회장이나 총무등 굵직한 직함들을 맡고 있기에 크고 작은 행사도 아서 남들보다 훨씬 더 바쁘게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포기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남편을 너무 쉽게 판단한 내 착각이었다. 이미 등록을 하고 온 상태에서 하고 있던 고민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등록하고 학원비까지 결제하고 왔으니, 결국 남편이 하고 있던 걱정은 드론 시험이 아니라 각종 모임이나 약속들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런 걱정도, 한숨을 쉬는 것도 잠시였다.

막상 교육 시작되자 더없이 진지해진 모습을 보였다.

교육장에서 띄우는 드론은 개인용이 아니기에 더 조심해야 하므로 긴장된다고 했다.

그렇게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드론 시험을 위한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20시간의 비행시간까지 채우고 나자, 드디어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남편의 경우 적지 않은 나이에 보는 시험인 데다 생소한 항공법규까지 다뤄지다 보니 이에 임하는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아빠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에 각종 생활 소음을 줄여주며,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아빠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응원해 주었다.


직장 일도 해야 했고, 어떤 모임은 꼭 참석해야 했으므로 주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그런 어려움도 겨내고 먼저 치러진 필기시험은 가볍게 합격해 주었다.


드론(무인 멀티콥터 초경량 비행 장치) 조종자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실기시험 직후 구술시험까지 총 3단계로 치러며,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되는 국가자격증이다.

필기시험은 통과했지만, 진짜 어려운 건 실기 시험이라며 긴장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시험날이 다가올수록 나도 함께 긴장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니 과연 실기 시험은 강심장인 남편도 떨게 할 만한 시험으로 보였다.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륙, 착륙이나 방향 전환 같은 비행을 주어진 오차 범위 시간 안에 세심한 조종으로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경력자라도 떨게 할 만한 시험으로 보였다.

게다가 종종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영특함을 보여주기 위해 나오는 구술시험이 포함되어 있었.

구술시험은 총 5문제를 묻는데, 3문제 이상은 정확히 구술해야 합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결국 모든 문제를 확실히 외워 가 격할 수 있는 것다.


실기시험 당일이 되자, 장했을 남편의 뱃속이라도 든든하게 채워 보낼 마음으로 나만의 따뜻한 응원의 밥상을 차려 주었다.

남편은 긴장하지 않았다는 말과는 달리 얼굴에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드라마의 대사를 생각나게 하는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표현은 안 했지만 그렇게 긴장해서 구술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되었다.

그렇기에 기다림 끝에 전해 온 "나 합격했어."라는 그 한 마디가 더 감격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당당히 드론을 띄울 수 있게 된 남편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에게 만족한 얼굴로 돌아왔다.

재미로 시작한 드론이 국가 자격증을 안겨줄 줄은 남편도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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