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저금통과 자판기의 인지상정
2021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삶의 큰 변화로 나 스스로도 그리고 아이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분들 덕분에 다양한 좋은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고, 재밌는 공부 거리도 찾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함께 일하는 대표님, 강사님들과 하루를 보내며 2022년을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완도 김치, 구미 김치, 아삭한 무말랭이까지!! 김치부자가 되었네요.
12월 30일 31일 마지막 두 날은 2021년을 기억하게 하려는 듯 지독하게 시렸습니다. 하루는 울었고, 하루는 비참했습니다. '아...나는 아직도 호구로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어떤 관계에서 스스로를 '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을'에게 가면 너머의 얼굴을 드러내게 됩니다. 상대는 본모습을 알아챈다 한 들, 무엇도 할 수 없는 그저 '을'일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갑자기 '을'이 되어 버린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태도로,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가 있지?'
남과 남이 만나는 관계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때로는 불편한 마음을 덮고 그냥 지나쳐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풀리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고 풀어가면서 더욱 돈독해지기도 하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표현에 서로에 대한 존중이 빠진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참 좋아하던 사람이 어느 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그 사람이 변한 걸까요. 내가 다르게 보고 있던 걸까요? 나를 걱정해준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사실은 나를 동정하고 있던 거라고 느껴진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나는 왜 동정받게 된 걸까요?
그동안 그 사람의 어색했던 웃음과, 다소 과장된 톤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반가워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았던 어색해하던 눈빛이 마음에 걸렸던 건 내가 예민해서가 아니었나 봅니다. 누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더라고 전하던 그 말들은 사실 걱정이 아닌 이간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 때문에 시작도 못한 관계에 부담과 불편이 자리했으니까요.
무엇이 다른 사람을 동정하게 만드는 걸까요? 동정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텐데 말이죠.
걱정과 동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걱정하는 마음은 '저금통' 같습니다. 동전이 들어가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걱정에 대한 보답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걱정하는 마음이 저금통 안으로 들어가는 만큼 부자가 되어 가는 것과 같습니다.
걱정이 저금통이라면 동정은 '자판기' 같아요. 내가 내어 준 마음만큼 대가가 돌아오지 않으면 실망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자판기가 동전만 가져가고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동정에 대한 대가는 ‘나 좀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셀프칭찬으로는 조금 약해 보입니다. 나는 '갑'이고 너는 '을'이 되는 관계의 서열정리 정도는 되어야 만족이 될까요? 이제 동정을 너머 약간의 무시 정도는 을의 몫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상대에게 감사히 표현을 기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어적 표현이든, 물질적인 보답이든 말이죠.
누군가 걱정하는 한다고 생각하면서 혹시, 동정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