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대충

by 이탁

'아 요새 바쁜데 꼬박꼬박 써야 하나?'


'곧 시험에다 개인 스케줄도 빡빡한데...'


'내가 뭐 하러 이걸 계속하고 있지? 돈도 안 벌리는 걸 왜?'


'내 옆에 저 사람이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한심하게 보지 않을까? 학생 주제에 웬 글을 쓰냐고 비웃을까?'


'어차피 본업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난 지금 학생이잖아.'


'차피 봐줄 사람도 없고 공감해 줄 사람도 없는데, 한 번쯤은 쓰지 말까? 한 번이니까. 뭐, 다들 이해해 주겠지.'


'그래, 난 바쁘니까. 난 딴 것도 해야 하니까. 본업이 아니니까.'


'나는 학생이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쓰는 글맛은 달콤하다.


동시에 쪽팔린다.


이러면서 봐달라고 떼쓰는 게 우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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