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밑도 끝도 없이 감정이 올라왔다. 정말로. 갑작스레.
가끔 분노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 요새 잠을 별로 못 자서. 쓸데없는 멍청한 질문으로 수업이 길어져서. 기숙사 가는 길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는 걸 떠올려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다가 과거로 향한다.
과거에 저질렀던 바보짓과 그 사람이 했던 짜증 나는 행동. 자책과 뒤끝이 뒤섞여 뭐가 뭔지 헷갈릴 즈음, 결국 바깥을 탓하기로 했다. 나에게는 남 탓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나는 옛날에 충분히 착하게 살았다. 선의가 항상 좋지는 않지만, 알아주지도 않으면 아쉽다. 많이 겪어봐서 아니까. 은연중에 호의를 무시당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나만 웃으며 살면 될 줄 알았는데. 어찌 잘 넘어가긴 했지만 이제는 다르게 느껴진다.
요새는 그렇게 비틀거린다. 별로 흔들리며 살지는 않았지만. 단지 푸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