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 행복
행복, 진짜 별거 없는 거 같다. 좋은 기억만 담자고 다짐한 지 일주일. 참 쉽게도 그만뒀다.
낮에 햇빛이라도 쬐어야 사람이 활력이 돈다고 한다. 지나가듯 봐서 기억은 안 나지만, 실천하기로 했다. 어느덧 버릇이 되었지만, 과연 굳은살이 되어버린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별 감상도 안 드는데 계속해야 하나.
바람이라도 쐬자는 식으로 나가지만, 생각과 신경질만 늘었다. 길가에 꽃과 풀이 무성해졌으나, 이제는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더욱 눈길이 간다. 풍경은 똑같은데 어째 사람은 한결같이 꺼려지는지. 반복되는 길에서 주웠던 건 그것들뿐. 시들어 죽지 않는 게 다행일 따름이다.
기숙사에서 학교 앞 역전우동, 그리고 기숙사까지. 그 과정에서 얻은 건 축축한 옷깃과 스무디 속 벌레 정도다. 얼굴 찡그린 채 파리를 건져 내고 나서야, 또다시 행복이 깨졌다는 걸 눈치챘다. 땀 좀 식힐 겸 잠깐 벤치에 앉으니, 이제야 머리가 좀 돌아간다.
사실 행복해지려 노력했는데도, 불행해질 때가 많았다. 학창 시절 때문일까.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 쓸모없다고 느낀다. 잡고 싶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이미 그런 건 충분히 경험했다.
좋게 좋게 지내려고. 잘 어울려야 하니까. 남들에게 끼워 맞추려는 짓만 반복했던 시기였다. 같이 밥 먹어줄 친구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잘난 놈이고, 학교 생활 알차게 보낸 사람이라고. 확실히 착각이다. 관절 다 꺾인 채 박스 안에 포장된 사람한테 행복해 보인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당신을 그렇게 포장한 사람들은, 언젠가 뒤통수 칠 것들이니 멀리하는 편이 낫다.
친하게 지내니까 좋네, 넌 참 좋은 사람이네. 말만 이쁘다. 헛소리는. 졸업하고 나니까 뭣도 안 오던데? 그래놓고 뒷담이나 까다니. 이빨에 고춧가루 낀 너가? 그게 더러워서 내가 바보짓을 그만뒀다. 방금 또 반복해 버렸지만. 앞으로는 하하 호호 웃어넘기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다. 다시 밟게 되면 또 태도를 바꾸겠지만.
진지한 이야기만 늘어놨다. 결심한 지 일주일 만에. 역하게도, 혐오하던 풍경과 나는 참 닮았다. 저놈과 나는 다르다고 아직도 믿지만,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거다. 별다른 증거는 없지만. 재미도 없는 성격으로 이러고 싶을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변덕 부린 대가로.
그런데 이 사과를 기억해 줄 사람이 있을지. 사흘 정도 지나면 다 까먹지 않을까?
안 한 샘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