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전환

by 이탁

침대에 누워 허송세월한 지 일주일째. 머리맡에는 벗어던진 안경이 걸쳐 있다. 자기 전에 늘 맨 눈으로 화면을 탐닉하는, 못된 버릇이 들어 버렸다. 깨고 나서도 동일하다.


눈을 비빈 지 꽤 되었지만, 굳이 사다리를 내려가고 싶지 않다. 오르락내리락하기 귀찮으니까. 그럼에도 이불을 박차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여유 부리다간 지각하니까. 단지 그 이유다.


온몸이 찌뿌둥할 정도로 누워 있었으나, 핸드폰을 끄고 내려와서야 고통을 눈치챘다. 몸의 통증은 나만큼 느리적댄다. 그러나, 깊은 압박은 언제나 나를 따라온다. 유튜브를 보며 뒹굴거리는 방금과, 지금 방문을 나서는 찰나에서도.


어떤 스트레스는 구석에 가둬놓는 편이 낫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당장 해결하지도 못할 문제와, 시간만이 해치울 과제가 뒤섞여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무게에 짓눌린 일주일 동안, 나는 그 어느 것도 잡으려 들지 않았다. 글을 써도 구리게만 보이고, 책을 읽어도 성에 차지 않더라.


어느새 벽에 가로막힌 기분. 두껍고 높아서 손 놔버린 지 좀 됐다. 누가 깨주겠거니 하지만, 나 밖에는 아무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구태여 힘쓸 용기도 안 난다. 미안, 속이 요새 좀 꼬여서.


이런 정신 상태로 카카오페이 키는 게 맞나 싶다. 곧 있으면 선거도 하고, 누가 되든 대통령은 나올 텐데, 세상 까대며 돈 달라고 열 내던 짓이 허무해진다. 물기를 닦아내며, 돈 생각 좀 해봤다.


돈은 별거 아닌가? 돈 없어서 좌절은 해봤나? 대학원 포기했을 때? 그건 내 의지 아닌가? 유행 쓰듯 논문 날려 읽은 너 탓은 아니고? 영어 공부하기 지겨워서 돌아선 사람은 누군데? 끄적대는 짓도 질리면 텅 빈 0을 저주할 것만 같다. 결국, 돈에서 마인드로 돌아간다. 그래,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여간에, 돈 걱정은 이제 지겹다. 하찮은 남 탓과 세상 탓 역시. 그러니 그만둬야겠다. 은행 앱을 위로 지우고, 흥겨운 음악에서부터 시작하자. 신나는 음악을 바라고는, 플레이리스트에서 아무거나 눌렀다. 우울한 노래가 나오긴 하지만,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그러니까, 내가 건강해지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약을 먹고 퇴원해야 한다. 신나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 삶에 신나는 경험이 뭐가 있었나 가물거리긴 하지만, 불안에 갇혀 살기는 아깝다. 질병 중 돈 걱정이 절이니, 우선 이거부터 끊어내기로 한다.


혼자 절벽으로 떠미는 짓은 그만. 지갑과 앱에서 손 뗄 시간이다. 꿈이나 꾸자. 깎아내리려 하지 말자. 저 사람도 열심히 살겠지. 굉장히 밉지만, 아마 그렇겠지. 평화와 사랑만 볼까. 작심삼일 같지만.


즐겁게 살아보자, 이번 주는. 돈방석 깔 희망이나 그리며. 돈 걱정 따윈 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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