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우리나라에서 트로트 가수로 쌍벽을 이루는 태진아, 송대관 두 사람이 나오는 CF의 한 대목입니다. 연못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정자에서 두 사람이 판소리를 주고받으며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지요. 그림 같은 그곳이 어디일까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바로 파주 광탄 땅에 있는 벽초지(碧草池)문화수목원이지요 ‘푸른 풀과 연못이 잘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벽초지는 한 개인이 20여 년 동안 가꾸고 준비해서 문을 연 수목원이지요. 4만평의 부지에 1400여 종의 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져 사계절 색다른 모습으로 거듭나는 곳입니다. 햇살이 따가운 날 그곳엘 들었지요. 들어서자마자 아름드리나무가 즐비하고 나무들이 울창해 마치 숲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연못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버드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지요. 연못에는 연꽃들이 고혹한 미소를 날리고 이끼와 풀로 뒤덮인 육각형 정자가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파련정(波蓮亭)현판이 걸린 정자에 오르니 빼어난 경관이 한눈에 담기고 바람마저 시원한 것이 신선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유유히 떠 노는 잉어들과 떼 지어 다니는 작은 물고기들의 행렬도 마냥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무심교(無心橋)를 지나는 동안에는 세상 번뇌와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듯 마음이 고요했지요. 각처에서 구해 심었다는 소나무들이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는 아리 솔 길은 한 폭의 동양화였습니다. 옛날 같으면 뭇 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기기에 제격이었을 테지요.
단풍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을 지나며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나무 터널은 태백산에서 보았던 주목과는 또 다른 정취와 감흥을 불러 일으켰지요. 주목이 곧게 올라가지 않고 많은 가지를 가진 것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목나무 터널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지요. 연리지(連理枝)는 태생이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엉긴 나무였습니다. 연리지가 운명적인 사랑을 의미한다고 해서 많은 연인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지요.
발길 닿는 곳 보이는 곳마다 이름 모를 꽃들이 눈웃음을 띄우고 새소리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드넓은 잔디밭은 야외 음악회나 공연 공간으로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을 제외하곤 많은 공간이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지요. 통나무집도 있었습니다. 수영장까지 갖춰진 이 집은 주말은 연말까지 예약이 끝났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사람이 빠져나가면 수목원 전체가 내 세상이니 당연한 일이지요. 우거진 숲에서 실개천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찌든 삶의 더께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 내리는 듯 했습니다. 벽초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수목원이지만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공간 같다는 느낌이었지요. 오래된 고목들이 빼곡하고 실개천까지 자연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입니다. 벽초지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최대한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했지요. 이곳처럼 숲이 우거지고 그늘이 많은 곳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벽초지는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결정체지요. 오랜 세월, 나무와 꽃을 심으면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수목원을 보여주겠다는 집념이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한 사람의 진정성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지요. 사계절 다른 얼굴로 찾아드는 사람들을 반기는 벽초지는 머지않아 누구나 찾고 싶은 명소로 거듭 날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녀가면 입소문이 날것이기 때문이지요. 이곳에서 나무가 되고 돌이 되고 꽃이 되고 물이 되어 자연의 모습으로 지낼 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곳에서 세상의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가 있었던 시간은 행복했지요. 벽초지는 내일도 또 다른 얼굴을 선보일 것이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으로 돌아가 삶의 근량을 저울질하게 될 것입니다. 한번쯤 벽초지를 찾아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이 바로 우리 삶의 원천이자 생명력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