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클리프_75D 트리플 포켓 파우치 (C20CPORE02ORF)
(주문일: 2022년 07월 01일)
핸드폰 결제로 지갑을 챙겨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지갑에 현금과 카드 그리고 동전까지 넣어 챙겨 다닌다. 누군가는 ‘카드와 현금은 그렇다 치고 굳이 무거운 동전을 가지고 다녀야 해?’ 싶겠지만(솔직히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신기해하더라), 적당히 가지고 다니는 동전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도움을 준다. 예로 즉석 복권을 샀을 때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현장에서 바로 긁을 수 있게 해준다거나, 자판기로 음료를 뽑아먹을 때 지갑에 있는 동전을 넣어 잔돈이 나오지 않게 계산을 맞출 때도 좋다. 이렇게 동전은 나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갑은 무조건 카드 동전 지갑이어야만 한다.
현금이 많아서 지갑이 무거운 건 좋지만 단순히 지갑 자체가 무거운 건 싫다. 현금, 카드, 동전을 카드 동전 지갑에 넣고 다닌다 하더라도 지갑의 무게는 가벼워야 한다. 나는 물건을 고를 때에 미적인 면도 따지는 편이지만, 지갑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무겁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구매 욕구가 사라진다. 원래도 무거운 지갑인데 안에 내용물까지 채운다면 더 무거워지는 게 싫다. 그래서 항상 지갑의 무게에 집착하다 보니 가죽 지갑보다는 나일론 같은 가벼운 원단으로 만든 제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몇 년 전 다이소에서 구매한 PVC 소재로 된 미니 파우치를 동전 카드 지갑 대용으로 때가 타다 못해 지퍼가 고장 날 때까지 사용한 적이 있었다. 저렴한 제품이라 내구성과 마감은 훌륭하지 않았으나 내부에 현금, 카드, 동전, 이 외에 작은 소지품까지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있다는 점과 내부 공간을 가득 채워도 가벼운 PVC 소재로 인해 지갑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는 점심시간에 반지갑을 겉옷 주머니에 넣고 나갔는데, 그때마다 주머니가 무거운 게 불편했었다. 그런데 다이소 미니 파우치를 겉옷 주머니에 넣고 나가면 옷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져서는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겉옷 주머니에서 지갑 빼지 않고 업무를 보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런 가벼운 지갑의 편리함을 알게 되면서 다이소 미니 파우치만 몇 번을 구매해 사용했다(금방 낡거나 고장이 잦아서 여러 번 구매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이소에서 산 PVC 미니 파우치를 지갑 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지갑을 꺼낼 때면 “너 지갑이 없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겐 지갑이었지만 남들에게는 제대로 된 지갑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도 아닌데 초등학생이 들고 다닐 것 같은 조야한 미니 파우치를 지갑으로 가지고 다니니 사람이 없어 보이긴 했다. 언젠가 백화점에서 계산하기 위해 가방에서 PVC 미니 파우치를 꺼냈을 때, 그날따라 미니 파우치가 유난히 초라해 보여서는 나도 모르게 위축된 적이 있었다. 서둘러 미니 파우치에서 카드를 꺼내어 직원분에게 미니 파우치를 들키지 않으려 하는 자신을 보면서 제대로 된 지갑을 사긴 해야겠다는 걸 인정했었다.
그래서 지갑다워 보이면서도 무게감이 가벼운 동전 카드 지갑을 열심히 검색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죽 소재로 된 제품은 많지만, 가벼운 원단으로 된 제품은 흔하지는 않았다. 있다고 해도 다이소에서 파는 미니 파우치의 퀄리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고, 가격 차이만 컸었다. 그렇다고 다이소 미니 파우치로 돌아갈 수는 없기에, 무게감이 있더라도 그럴듯한 가죽 소재의 동전 카드 지갑을 선택하는 게 어엿한 어른인 척하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그래도 원하던 조건의 지갑이 아니어서 썩 마음에 드는 선택은 아니었다.
아크앤북 잠실롯데월드몰점을 구경하다가 ‘큐클리프’라는 브랜드의 <75D 트리플 포켓 파우치>를 발견했다. 보자마자 가수 ‘쿨’의 <운명> 노래가 떠오를 정도로 ‘그토록 애가 타게 찾아 헤맨 나의 이상형’의 지갑이었다. 온라인으로 동전 카드 지갑을 검색할 때만 해도 내가 원하는 지갑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했었는데, 알고 보니 서점에 숨어있었다(이 이후로 서점에 가면 책보다 잡화 코너를 더 관심 있게 본다). 원하던 지갑을 손에 들고서는 계산대로 향하려다가 나에게는 이미 가죽으로 된 동전 카드 지갑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멀쩡한 지갑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데, 새 지갑을 살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냉정한 태도로 매장을 나왔다.
소비 충동을 잘 참았다 싶었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서점에서 봤던 지갑이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 평소라면 ‘사용하는 지갑이 낡거나 고장 나면 사야지’라며 단념했을 텐데 이번에는 포기가 되지 않았다. 결국 인터넷으로 ‘큐클리프’ 사이트에 들어가 <75D 트리플 포켓 파우치>를 찾아봤다. 그렇게 상세 정보를 보면서 지갑에 대한 정보를 보던 중, Recycled PET(regen)으로 만든 제품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큐클리프’는 환경을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였고, 어쩐지 이런 브랜드가 만든 상품은 탄생 배경조차 멋지다는 생각에 더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런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건 이로운 일이라는 그럴듯한 이유가 생겼고 지갑 두 개를 상황별로 바꿔가면서 쓰겠다는 그럴듯한 대안으로 원하던 제품을 주문하고 말았다.
평소에는 가죽 동전 카드 지갑, 야외 운동할 때나 여행 갈 때는 <75D 트리플 포켓 파우치>을 사용하고 있다. 확실히 <75D 트리플 포켓 파우치>가 내용물을 많이 넣어도 가죽 지갑보다는 가벼워서 이것만 사용하고 싶은데, 구매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게 싫어서 가죽 동전 카드 지갑도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내심 가죽 동전 카드 지갑이 낡거나 고장 나기를 바라는데도 리얼 가죽에 수작업으로 만든 거라 그런지 너무 튼튼하다. 어쩐지 이 지갑이 <75D 트리플 포켓 파우치>보다 수명이 더 길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