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이유: 요가복이라도 컬러풀하게 입고 싶어

무브웜_Soft Sweatpants_7colors_High Pink

by ㅇㅇㅇ

(구매일: 2023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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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 요가원에 가지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예전부터 운동신경이 없는 어린이였고, 청소년이었고, 청년이었고, 중년이 되어갈 것 같다. 나는 운동신경을 향상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강사분들에게, 나를 통해 운동신경이 향상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가르쳐드리고는 한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걸 체감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운동을 하긴 한다.


나에게 요가는 어려운 운동이다. 처음 배울 때부터 안되는 동작은 지금도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발전의 속도가 느리다 보니 요가 수업이 재미없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게다가 요가를 한 달만 하고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두운 색상의 요가복 한 벌만 구매했는데, 매번 같은 요가복만 입고 운동하는 것도 재미없게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안 그래도 동작이 안 돼서 괴로운데 색조 화장을 하지 않은 혈색 없는 얼굴에 어두운 요가복까지 입고 있으면 기분이 처진다고 할까.


그래서 요가에 대한 의욕을 잃고 싶지 않아서 ‘무브웜’ 브랜드의 <Soft Sweatpants>를 High Pink 색상으로 구매해 봤다. 평소에는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무채색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운동할 때만큼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에너지가 있어 보이는 색상을 입으면 좋을 것 같았다. 나의 신체가 뻣뻣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갑자기 바꿀 수 없는 일지만, 요가복에 변화를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요가에 재미를 붙이고 싶었다.


20대 때 에어로빅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극내향인이라서 에어로빅을 할 만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의도치 않게 에어로빅을 했다. 당시에 나는 자세가 바르지 않다는 생각에 요가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간판에 ‘요가’와 ‘에어로빅’이라는 단어가 적힌 학원에 방문 상담을 했었다. 그곳은 강사 한 분이 동네 아주머니들을 타겟층으로 오전에만 운영하는 작은 학원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요가 수업만 따로 하지는 않고 에어로빅 수업을 하면서 요가도 같이한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던 학원이 아닌 것 같아 상담을 끝내고 돌아가려는데, 강사분이 특별히 수강료를 싸게 해주겠다며 에어로빅을 권유하셨다. 지금은 강사분이 제시하셨던 수강료를 정확하게 기억해 낼 수 없지만, 극내향인도 에어로빅을 등록하게 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학원의 유일한 젊은이로서 40대, 50대, 60대 아주머니들과 함께 에어로빅 수업을 받았다.


한국인은 무채색을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공식이 깨지는 곳이 있다는 걸 에어로빅 학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무채색의 추리닝을 입고 학원에 가서 같은 옷을 입고 수업에 참여했는데, 나와 같은 에어로빅 새내기분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아주머니는 무채색의 일상복을 입고 학원에 오셔서는 컬러풀한 에어로빅복으로 갈아입고 수업에 참여하셨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의 에어로빅복은 롯데월드 퍼레이드 공연 의상을 떠올리게 할 만큼 화려했는데, 아주머니들이 강사분의 파이팅 넘치는 기합 소리를 따라 쉼 없이 흐르는 가요리믹스 메들리에 열정적으로 춤을 추시면 정말 공연하시는 분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반면에 나는 그분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처럼 보였는데, 에어로빅 학원에 다니는 내내 정말 관객 마인드로 다녔다.


나는 푸른 청춘이 아닌 잿빛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남들의 시선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격정적으로 춤을 추시는 아주머니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는 했다. 춤을 잘 추든, 춤을 못 추든 그 학원에 오시는 아주머니들은 컬러풀한 에어로빅복만큼 컬러풀한 에너지를 발산하셨는데, 그런 아주머니들에 의해 나의 어두운 심리 상태는 알록달록한 에너지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극내향인임에도 불구하고 재등록을 여러 번 하며 다녔다.


안타깝게도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에어로빅과의 인연은 끝이 났다. 에어로빅을 그만두게 되면서는 몸이 근질근질해서 집에서 나 홀로 에어로빅을 하기도 했었는데, 가장 근질근질한 건 내 눈앞에 컬러풀하고 파워풀한 에너지를 가진 아주머니들 볼 수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내가 아주머니분들의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그녀들이 내게 보여준 컬러풀한 광경은 선명해져만 간다.


요가원에서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 회원이 마치 드레스 코드를 검은색으로 맞춘 것처럼 비슷하게 입었다는 걸 알았다. 그러자 나도 칙칙한데 그분들도 칙칙해 보이고 수업도 칙칙해지는 것 같았다. 어떤 옷차림을 하든 운동만 잘하면 되는 일이긴 한데, 나처럼 운동 자체에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은 확실히 외부의 에너지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High Pink 같은 색상의 옷이 필요해지는 거다. 사람이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태도가 바꾼다면, 사람이 어떤 컬러의 옷을 입는가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 과거에 에어로빅 학원에서 봤던 아주머니들의 화려한 의상을 따라 입을 수는 없지만, 컬러풀한 요가복으로라도 그녀들의 컬러풀한 열정을 따라 하고 싶었다.




High Pink 색상의 요가 바지를 구매한 이후로는 컬러풀한 요가복만 사고 있다. 그리고 한 달만 하고 그만둘 줄 알았던 요가는 계속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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