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시티_체리 차광 슬림 우양산 (MUSA-S359)
(주문일: 2023년 10월 19일)
요즘은 나이에 상관없이 양산을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내가 이십 대였을 때는 양산은 아줌마들이 사용하는 물건인 줄 알았다.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가 양산을 쓰고 다니는 일이 별로 없기도 했고, 그 당시 양산들은 중장년층 여성의 취향이 묻어나는 화려한 꽃무늬와 레이스 장식으로 된 디자인이 많아서 젊은이들이 사용하기에는 장벽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른들의 취향에 맞춘 세련된 디자인이었는데, 젊었을 때는 귀여운 걸 좋아할 때라 그런 디자인이 올드하게만 보였다.
그래서 한여름에 뙤약볕이 내리쬔다고 해도 그런 볕을 정면으로 맞고 걸어 다녔다. 지금은 365일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는 걸 전 국민이 알고 있지만, 이때는 선크림도 여름에만 바르는 화장품인 줄 알았다. 물론 그 여름에도 끈적인다는 이유로 잘 바르지 않았지만……. 아무튼 햇볕에 피부가 그을리는 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피부가 꺼메진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밝은 피부톤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삼십 대부터 피부에 변화가 생겼다. 한 번 햇볕에 그은 피부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밝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꺼메진 상태에서 더 꺼메질 수는 있었다. 심각한 일이다. 어두운 피부톤도 나에게 어울린다면 신경 쓰지 않겠지만, 어쩐지 나는 촌티가 났다. 서울살이 이십 년 차가 넘어가는데 촌에서 상경한 지 얼마 안 된 사람같이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 피부 탓이다.
최대한 덜 꺼메지려고 선크림을 꾸준히 발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태양을 피할 수 없었다. 이때 떠오른 대책이 아줌마들의 아이템이라 생각했던 양산이었다. 여전히 양산은 아줌마의 아이템이란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라서 양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기분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거울에 비친 나의 까만 피부를 마주하자 지금 기분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여기서 더 타기 싫으면 무조건 사용해야만 한다.
화려한 꽃무늬 패턴과 레이스가 있는 양산은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지금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디자인을 들고 다녀도 어색해 보이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고 해도, 굳이 이런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게 여자의 마음이다.
다행인 건 현재는 과거의 양산보다 제품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화려한 꽃무늬와 레이스 장식 디자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제품이 검은색 천에 미니 꽃과 체리 패턴이 있는 ‘메트로시티’ 브랜드의 <체리 차광 슬림 우양산>이다. 사실 미니 꽃무늬 패턴도 내 취향이 아닌데, 패턴 디자인 외에도 양산의 기능적인 면과 가격을 고려하다 보니 최종적으로는 이 제품을 고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따져가며 양산을 골랐지만, 막상 양산을 사용하면서 알게 된 건 양산을 잘 챙기고 다니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에는 양산을 챙기는 것부터 쓰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귀찮은데, 이런 귀찮음을 이겨내면 확실히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물건이란 걸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장점은 이런 것들이다. 나는 강한 햇볕을 받으면 인상 쓰는 버릇이 있는데, 이 때문에 미간 주름이 잡힌다. 하지만 양산을 사용하면 인상을 쓰지 않게 되니 미간 주름이 짙어지는 건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동네를 돌아다닐 때는 가깝다는 핑계로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데, 양산을 쓰고 다니면 선크림 없이도 피부 보호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선크림을 바르는 게 양산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귀찮은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마지막은 피부 보호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신체 보호를 위한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종 인적이 드문 길을 걸어가다가 어떤 사람이나 묘한 분위기에 의해 겁이 날 때가 있다. 이럴 때 양산을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손잡이를 길게 뽑아서 한 손에 쥐고 걸으면, 호신용 무기를 들은 것처럼 안도감을 받을 수 있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겁을 내는 여성분들은 이 방법을 활용해 보시라.
양산에 이어 선캡에도 욕심이 생기고 있다. 예전에는 챙이 얼굴 전체를 가릴 정도로 커다란 선캡을 쓰고 다니시는 아줌마들을 보면 ‘저렇게까지 햇빛을 막아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 모습이 과해 보이기도 했고, 무섭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분들의 선캡 활용법을 이어받아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