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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바 May 22. 2024

청춘이 깨지지 않으려면

젊은 게 좋다는 말은 어떤 말일까. 좋다는 말은 고사하고 아직 젊으니까.. 하며 서두를 여는 말 뒤로 따라오는 말은 뭔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어른이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나는 뭔가 이 말이 더욱 젊은이들을 안주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화자가 바뀌다면 말이다.


젊을 때 무엇인가 깊이 몰입해 보고 도전해 보는 이에게, 사회의 첫발을 내밀어 두려운 현실을 마주하지만 계속 꿈을 그려나가는 이에게,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변화를 위해 발버둥 치는 이에게 이러한 말은 곧 희망이고 빛이 된다. 그러나 20대가 망해가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아직 젊으니까 라는 말이 변명이 되면 말이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피시방에 갇혀 대충 저녁을 때우고는 집에는 들어가기 싫고 아직 '초저녁인데~' 하며 술집을 드나드는 이들이 술잔을 부딪히면 '청춘이다~' 하는 것은 나는 청춘이라 포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스타에 회오리샷을 찍으면 한 병, 두 병 하면서 배경음악으로는 이 세계의 '낭만젊음사랑'이 나오는 걸 난 낭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젊으면 가진 게 없지만 뭔가 있는 듯 느껴진다. 아직 젊으니까 라는 말은 스스로를 오만하게도 만든다. 이들이 하는 말 중 하나로는 '뭐 하다 안되면 방송이나 하지 뭐'이다.


반대로 이러한 방황을 해보는 편은 좋은 것이다. 뭐 먹고살아야 하지를 군대 제대할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 고민을 하며 밤새워 인터넷을 뒤져가며 검색해 보거나 주변 어른들께 물어보며 자문을 구하거나 하는 건 20대 때 진로의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나는 또 이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때 요즘애들이 하는 기성세대들의 생각이다.


이들과 달리 인스타에서 회오리 돌리는 친구들은 젊으니까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고 그때 가서 뭐라도 하면 될 것만 같고 젊으니까 기성세대 보다 더 잘할 거 같고 더 빨리 배우고 똑똑한 것 같고 이들의 젊음에는 기성세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 지금은 휴대폰을 못 다루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광활한 인터넷 세상에서 서핑할 줄 모르면 시대를 따라가기 힘들어진다. 그렇게 휴대폰으로 유행을 따라가는 이들은 휴대폰이 없으면 길 하나 찾지 못하게 퇴화했다.


그 시절 어른들은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할 때 내비게이션이 아닌 지도를 폈다. 어느 국도로 가야 막히지 않고 빨리 가겠다는 건 휴대폰이 보여주는 초록색경로가 아닌 경험으로 얻은 감이고 경험이다. 그렇게 잘못 길을 들었다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다음에 같은 목적지를 갈 때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감을 얻는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오늘은 비가 올 거 같은데~ 하는 말들이 삭신이 쑤신 것도 있지만 저런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헤쳐오면서 얻은 노하우고 경험이다.


옛날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한 술집에서 어떤 남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을 소개하기를 32살이고 한 건축회사의 과장이라고 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회사에서 그 길만 10년 이상 팠기에 전문가였다. 차도 신형 그랜저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니 제주도 한 술집에서 혼자 술을 먹고 있었지만 영 구색이 초라하진 않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자신은 고민이 있으면 자기 부모님께 많이 여쭤본다고 말을 했다. 결혼 문제 같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살아가다 낙심할 때, 사회생활을 하다 고충이 있을 때,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낄 때 부모님께 여쭤본다고 했다.


물론 아마 그의 부모님은 올바른 어른이었을 것이다. 이미 자식이 부모에게 말을 많이 건다는 것은 자식과의 친밀감이 높은 것이고 그렇게 자식을 키운 부모는 자식에게 공감해 주고 위로를 해주고 길을 보여주던 부모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전에 자식 또한 부모님을 마냥 내 부모라고 투정 부리고 응석 부리고를 받아주는 사람이 아닌 나보다 일찍 사회에 나가 배우고 나와 똑같은 고민을 젊을 때 해보고 살아내 갔으며 경험이 풍부한 삶의 선배로서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애들은 배우려는 의지가 없어', '무슨 말만 하면 꼰대래' 하는 말은 듣는 이들의 대부분은 그런 말을 듣는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소한 저런 말을 하는 이들은 뭔가를 가르쳐 주려고 한 사람들일 것이며 저런 말을 듣는 이들은 무엇인가 수행할 때 자기 혼자서 해낸 줄 안다. 그들이 이기적인 말을 듣는 이유 중 하나다.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아까 말한 건축 회사의 한 청년은 과장이 될 수 있었을까? 애초에 일이나 제대로 시작해 볼 수 있었을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하는 법, 밥 먹는 법, 옷 입는 법 등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당연한 것들을 우리는 부모에게서 배우는데 그런 필수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는 사람에게도 배우려는 생각이 없는데 남한테는 오죽할까.


물론 전제는 제대로 된 어른들일 것이고 어른들도 틀린 생각을 많이 한다.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의 어머니는 장범준에게 가수가 되지 말라고 했고 장범준은 나중에 커서 든 생각은 엄마 말이라고 다 맞는 말이 아니구나. 하며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진로 문제만 가지고 어른들이 틀렸네 하며 내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위험하다. 커뮤니티가 발달되고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 등 세상을 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보다 정보를 구하기도 쉬워졌다. 그러나 너무나 방대해져 버린 정보의 양이 오히려 자신을 방황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방대한 정보 중에서도 잘못된 것들이 있을 것이다. 또는 잘못됐다기보다 같은 문제를 전문가들의 다른 의견으로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가 그럴듯하게 타당한 이유를 대면서 나를 설득하려 들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경험도 없이 그 정보가 맞다며 확신하기보다 경험이 더 많은 이에게 지식이 더 많은 이에게 나를 더 생각해 주는 이에게 가서 이야기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좋아져 도전하기도 실행하기도 좋은 세상이 된 것은 맞다. 그러나 예전에는 두리뭉실 하지만 꿈을 꾸면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하다 보면 되겠지 하고 하다 진짜 전문가가 되어있고 한 분야에서 인정받아 누군가에게 그 지식을 전수해 주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알 수 있게 되어 결혼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하는 모습보다 결혼을 하고 불행해져 이혼을 하려 하거나 이혼을 하고 나서 더 나은 삶을 꾸리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매스컴에 등재시키고 비춰주면서 내가 안정될 때 결혼해야지 또는 비혼주의를 만들었다. 당장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사람들이 왜 자식 낳기를 후회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는지 어디서 추억을 만들고 우는 날도 웃는 날도 생겨나는지 자식 보는 낙으로 산다고 얘기하는지를 모르고 말이다.


어느 정도 내가 경험을 쌓고 틀이 생긴 게 아니라면 그 틀을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들의 도움으로 살아왔고 살아가야 하며 또 누군가를 살게 해야 한다. 깨질 거 같다고 시작을 망설이기에는 우리는 언제까지고 젊을 수 없다. 그런 것도 경험이 되지만 우리는 굳이 그래야 하냐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한 주제를 가지고 의견이 분분한데 그들이 하는 말이라고 100프로 맞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기에 모든 말을 다 들으라는 말이 아니다. 젊으니까 하며 귀를 틀어막는 게 아닌 틀린 거라고 막힌 사람이라고 치부하기보다 '그쪽으로 가면 깨질 거 같으니 조심해' 정도의 걱정으로 '그쪽으로 가면 수월할 거 같아' 정도의 격려로 들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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