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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Nov 04. 2024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1. 프롤로그


TO. 당신에게


당신이 천국에 가던 날은 햇살도 바람도 너무 좋았어.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부드러웠어. 꼭 당신처럼..

꽃은 만발했고, 꽃잎 눈처럼 쏟아졌어.

그렇게 아름다운 날 당신을 보냈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어.

가슴에 담고 눈에 담았어.

당신을, 당신이 가던 날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날을.






그를 선산에 뿌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황달 때문에 119를 타고 응급실로 향한 지 40여 일 만이었다.


집을 나설 때 앙상했던 가지에는 초록 잎이 뒤덮여 있었고 창밖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젠 이 꽃들을 함께 볼 수 없구나.. 다시 맞이하는 봄에 그가 없었다.


그 하나만으로 내 세상을 가득 채웠던 사람,

그 없이 돌아온 집은 적막하고 쓸쓸했다.


현관 들어서자 그의 부재가 실감 나며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 다리가 휘청거렸다.  

나를 부축하는 두 아들에게 의지하며 간신히 걸음을 옮겼다.


집 안으로 들어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식탁에 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던 모습.

그의 영양제 먹는 시간을 적어놓았던 식탁 옆 나의 메모.

소파에 앉아 나를 부르던 그의 다정한 목소리.

미스터 트롯을 애청하며 임영웅 노래를 곧 잘 불러주던 모습.

나를 보며 웃음 짓는 그의 눈빛.


집안 곳곳에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존재만으로도 행복이었고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그가 우리 집에 없었다.


결국, 안방 침대 앞에 다다라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침대에는 그가 쓰던 매트와 허리통증에 사용하던 온열기기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매트에 손을 얹었다. 가슴이 헤집어지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어떡하지.. 난 정말 자신 없는데, 당신 없이 난 안 되는데..'


우리가 함께 덮던 이불을 움켜쥐고 얼굴을 묻었다.

침대에는 그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나를 홀로 남겨두고 이렇게 허망하게 떠날 리 없는데,  이제 내 곁에 없단 말인가..  


봄이 오면, 곱게 핀 벚꽃을 보며 당신을 그립니다. (그림. 김수정)


"수정아, 나 항상 니 옆에 있어"라고 그가 말해줄 것만 같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날 꼭 안아주었던 그 어느 날처럼..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을까,

그가 없는 세상에서 시간은 참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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