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나쁜 아이

제 아이큐가 얼마예요?

by 해윤이

어느 날 학교에서 지능검사 결과가 나왔다며 학부모님께서 결과지를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아이의 현재 상황과 검사 결과 내용이 너무 자세히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공부하러 와서 심각하게 묻는다. '엄마가 그러는데 제 머리가 나쁘데요 그것도 엄청요 선생님, 제 머리가 정말 안 좋아요?" 이 말을 듣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

나는 그 학생에게 지능검사 수치를 알려 주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지능지수가 몇이야 하고 알려주면 그 아이는 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지능이 나빠서라는 이유를 대고 공부를 하지 않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은 공부를 하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모든 부모님들께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 나를 닮아서 저렇구나 하시는 분은 없을 것이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 면전에서 너는 누구를 닮아서 그것도 못하느냐고 하시며 나는 말이야 학교 다닐 때 1등은 아니었어도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다고 하실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부모님께서는 공부를 잘했다고 하시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이 역시 부모님께서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셨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의 체세포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다, 그중에서 23개는 엄마에게서 받고 23개는 아빠에게서 받는 거야 너의 부모님께서 공부를 잘하셨다면 너도 공부를 잘하게 될 거야 지금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마도 너의 뇌가 아직 덜 자라서 그런 거야 네가 열심히 노력을 하면 뇌도 자극을 받아 빨리 좋아질 거야 라고 말을 해주었더니 아이는 열심히 해서 머리가 빨리 좋아지게 해야겠다고 했다.




다음날 나는 그 아이의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테스트 결과가 너무 정확하게 나와서 놀랐다고 했더니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는 병원에 가서 뇌를 검사해보라는 주변의 말도 들었는데 만일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병원에서 검사는 안 하시겠다고 하신다.

나도 그런 결과지를 내 아이가 받아오면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어머니께 약속을 부탁했다.

아이가 공부를 하게 하시려면 머리가 나쁘다는 말씀은 이제 그만 하시고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하고 예뻐해 주시라고, 아이의 지능은 사랑이 부족해도 낮게 나올 수가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사랑을 덜 주긴 했다고 하시며 알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에게 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학교 선생님께서도 책을 많이 읽히라고 하셨다고 하신다. 만약 부모님께서 못해 주실 것 같으면 제가 숙제를 내줄 테니까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다음 날부터 나는 아이에게 숙제를 내주기 시작했다. 매일 책 10분 읽기와 영어 문장 5번 읽어서 카톡 녹음 파일로 보내기, 만일 그 날 읽어야 할 것을 못한 날은 500원 벌금내기였다. 이 숙제를 이 아이에게만 내주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5학년 아이들 모두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P20200902_013823000_4C1FCE82-07A2-4CB6-A922-BC31410D4241.PNG 카톡 음성메시지로 책과 영어를 읽어서 보낸 사진


처음에 아이들은 반발이 심했다. 용돈도 적은데 벌금을 내라는 것은 착취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를 했다. 그래서 안 읽겠다는 아이들 부모님들께 말씀드렸더니 알겠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벌금을 내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 되고 있고 아이들의 책 읽는 실력과 영어 읽는 실력이 많이 늘고 있다.


지능검사를 하고 난 이후 그 아이의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도 어머니는 약속을 가끔 잊고 아이에게 머리가 침팬지보다 낮다느니, 돌고래보다 낮다느니 하시며 엄마의 소원은 네가 공부를 잘했으면 말씀을 자주 하신다고 한다.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날 가르쳐서 이해를 다 하는 것 같아서 다음날 다시 물어보면 하나도 생각을 못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내가 옆에서 손만 올려도 깜짝깜짝 놀라는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반응을 하던 표정이 어두운 아이였다. 그런데 2년 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 날부터 그 아이 앞에 있는 지우개를 집어가도 놀라지를 않아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공부하는 능력도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혹시 집에서 너를 때려주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번 다니던 학원에서 선생님이 물건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 아이인데 부모님께서 아이가 어렸을 때 독서습관도 함께 육아에 포함시켰더라면 아마도 지능이 낮아서 걱정할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코로나 19로 2.5단계인데도 그 아이의 반은 학교에 갔다고 한다. 수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옆에 있는 친구의 시험지에 약분을 안 했는데도 맞았다고 해줬다고 한다. 5학년 2학기 2단원 분수의 곱셈, 이과정은 그 아이의 검사 결과와 같이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 아이들은 풀 수 없는 과정이다. 그 아이가 약분을 안 했는데도 선생님께서 맞았다고 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아이의 머리는 좋아지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다.


나는 그 아이에게 주문을 외우듯 말한다 세상에 사랑이 부족한 아이는 있어도 머리가 나쁜 아이는 없단다. 머리가 좋아지게 하려면 어려워서 하기 싫다고 느껴지는 것도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영양제는 매일 책을 10분 이상 읽는 것이라고, 그 아이는 조금 느리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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