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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01. 2021

팔달산의 봄비

물안개가 피어나는 소나무 숲에서 봄 마중

마을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왔습니다.

눈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산수유가 팝콘 터지듯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것입니다.

"와! 산수유가 피고 있다!” 호들갑을 떨어봅니다.

산수유

하루 종일 비을 맞아 촉촉한 나뭇가지에 노란 꽃봉오리가 퐁퐁 소리를 내듯 터지는 모습이 보이는듯하니 너무 예쁘고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마음이 설렙니다.

오늘은 비가 하루 종일 내려서인지 주변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친구는 사람이 너무 없으면 싫다고 합니다.

빗방울이 맺힌 모습

눈은 어느 랜즈보다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아직 새싹이 돋아나지 않은 가지에 빗방울이 얼마나 영롱하게 반짝이는지 사람 눈은 볼 수 있는데 카메라 랜즈는 빛이 없어서 잡아내 지를 못하네요.

파란 새싹

산을 구비구비 돌다가 파란 새싹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변화를 보면서 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는 친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어떻게 살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봤을 땐 전구를 달아 놓은 듯한 조그만 빗방울들

왜냐하면 팔달산에 올라오면 사방이 멀리 산이 보였었는데 요즘은 아파트가 너무 높게 많이 지어서 가까운 광교산도 이젠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집 가격이 비싸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안달이 나서 집을 사잖아 근데 집을 사고 이자를 내면 누가 부자가 될까?"

"그건 부자들이지."

"그러면 사람들이 생각을 좀 해서 집을 안사면 집값이 내리고 집도 많이 짓지 않아서 자연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대공황 때 집값이 엄청 올랐다 폭락했잖아."

소나무

이렇게 우리 나름대로 이야기를 하다가 소나무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쪽은 비를 맞아서 검은빛을 띠고 어떤 쪽은 비를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저 소나무좀 봐. 지금 코로나 19 시국에도 저 소나무의 단면처럼 고통을 당하는 사람도 있고 코로나로 인해 더욱 성장하는 사람도 있겠지."

"맞아, 항상 큰일이 있을 때는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혜를 받는 사람도 있지."

소나무 밑에 맥문동 오솔길


이런저런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집니다.

"맥문동 좀 봐 너무 예쁘지!~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같다."

"그러게, 이것은 약초인데 사계절 푸른 것이 꽃도 보랏빛으로 예쁘고~"

공부방 아이들의 쉼터

그렇게 한 능선을 돌아가며 비를 맞은 소나무의 향기를 진하게 느끼면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가 우리 공부방 아이들 쉼터야, 여기 오면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저학년 꼬마들을 데리고 왔는데 한 아이가 갑자기 "지금은 힐링 시간이야 조용히 해" 하는 거야 그런데 1학년 올라가는 아이가 "힐링이 뭐야? 하니까 "조용히 쉬는 거야" 하고는 눈을 감고 한참을 앉아 있어서 나는 동영상을 찍어 줬지"

"그 애들은 정말 행복하겠다. 공부방을 마당이 넓은 집에서 해야겠다"

"아니 팔달산 정도는 되어야 해~ 아이들이 숲에 가자고 일주일만 지나면 졸라."


이것보다 많은 말(컴퓨터 개발자와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 책 읽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빗길에서 운동은 더 많이 힘들고 지칩니다. 그런데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걸을 수 있어서 좋았고 봄비와 함께 해서 더 좋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운동을 얼마나 했나 봤더니 만보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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