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샘
선경도서관 수돗가를 지나오는데 마을 사람들이 물통을 가져와서 물을 받으며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떠들썩하다. 누구네 강아지인지는 모르지만 낯 모르는 나에게 꼬리를 흔든다. 문득 어린 시절 마을에 있던 큰 우물이 생각이 났다.
우리 집에도 우물이 있었다. 깊이가 약 5m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여름철 장마 때는 물이 많이 고였다. 마을에서 우리 집 우물물은 맑고 차갑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콩국이나 수박, 참외를 깨끗이 닦아서 커다란 양동이에 담아 줄을 매어 놓았다 꺼내먹으면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참 시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뭄이 심할 때는 마을 가운데에 있던 큰 우물을 이용했다.
큰 우물은 우물의 규모도 컸지만 물의 양이 많았다. 가뭄이 들어도 그 우물은 마르지 않았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그 우물에 물을 길어다 생활용 수로 사용할 정도로 많은 양이였다. 그곳에선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가 오고 가던 곳이다. 심심할 때에 우물가에 가서 얼굴을 우물에 드리우면 우물은 반가운 듯 물에 비친 내 얼굴에 물방울을 떨어뜨려 내 마음을 흥미롭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우물 안쪽 돌로 쌓인 사이사이에 자라난 풀들이 늘 물을 머금은 양 싱스럽게 나를 반기는 것 같았다. 하늘에 구름도 심심할 땐 그곳에서 쉬어 가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 놀고 있으면 어느 사이에 친구가 옆에와 있곤 했다.
선경도서관에는 도서관을 지을 때 50m 암반수를 파 놓아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사용하고 마을 사람들이 식용수로 사용하는 좋은 물이다. 오늘 이곳에 물을 마시러 들렀다 내 안에 작은 추억을 발견하게 되어 무엇보다도 기쁘고 세월의 변화로 우물은 사라졌지만 선경도서관에는 영혼과 목을 축일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