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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Sep 26. 2021

멜론

선생님 이거 드세요.

105cm의 키가 작은 초1 아이가 멜론 한 개를 들고 와서 내게 줬다.

"선생님, 이거요."

"이게, 감이니?" 얼마 전 아이의 집에 감나무가 있어서 익으면 가져다준다고 해서 물어봤다.

"아이, 선생님, 이게 무슨 감이에요, 이게 뭔지 모르세요, "

"응, 처음 보는 것인데." 했더니 아이는 나를 보며 정말일까 하는 표정으로 보이며,  "선생님, 이건 멜론이에요." 나는 모르는척하고  "아~아, 이게 멜론이구나~ 너무 예뻐서 여기에다 놓아야지" 하고 낮은 책장 위에 올려놨다. 아이는 나의 행동을 보더니 " 선생님 그건 거기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먹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봤다. " 그건 칼로 쭉 쪼개서 먹는 거예요. " 그럼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고 물어봤더니 아이가 "따뜻하게 해서 먹으면 더 맛있을 거예요." 하는 소리에 고학년 아이들이 우리 둘이서 하던 이야기를 듣더니 폭소를 터뜨렸다. 그래서 내가 다시 물어봤다. " 따뜻하게 먹기 위해서 냄비에 넣고 끓여 먹으면 되는 거야?" 했더니 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 선생님, 그게 아니고 햇볕에 놓았다 드시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고학년 아이가 그럼 옥상에 놔뒀다 먹으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옥상에 놔두면 비가 오면 안 되지 않느냐고 하면서 "시장에 가서 보니까 햇볕에 놓고 파는데 아마도 햇볕에 노아 두면 맛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먹으면 되겠구나 하고,  그럼 이 멜론은 어떤 나무에서 자라는 거냐고 물어봤다. 아이는 그건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켜고 멜론이 자라는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줬다. 멜론은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수박이나 참외처럼 줄기식물에서 열매를 맺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도 부모님을 따라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보면서 다 물어보지는 않지만 추측하고 생각하면서 사고를 만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멜론 하나로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는 멜론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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