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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Jul 10. 2022

반포 주공 3단지:: 반포 자이 아파트

추억 속의 이야기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친구의 언니가 오셨다. 언니가 누구냐고 물으셔서 친구의 소개를 듣고 반포 주공 3단지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반포 주공 3단지에서 강남 터미널쪽 후문 옆 상가 앞에서 출근할 때  반포에서 과천 경유하는 안산행 직행버스로 출근하다 알게 된 사이다. 친구는 315동 나는 358동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서로 통성명을 하게 되었고 나이도 같아서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2년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내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면서 그 친구는 청사가 있는 과천에서 계속 일을 하였다.


언니의 출연으로 잊고 있었던 반포 주공 3단지의 추억을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의 집은 강원도 양구인데 6남매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 아버지께서 반포주공 3단지에 아파트를 사주셨다고 했다. 우린 반포 주공 3단지 원주민이었던 것이다 


90년대 초 서울에 여기저기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 반포주공 3단지 16평 25평을 탈출해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장롱이며 세간살이뿐 아니라 구두, 양복, 옷가지들을 다 버리고 떠나기 시작했다. 친구의 아버지께서 구두며 양복을 주어다 집에 쌓기 시작하셨고 양구에 내려갈 때는 차로 가득 싣고 가서 시골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하시는 것을 즐겼다고 하신다.


우리는 반포에서의 추억을 하나씩 이야기하며 장미의 계절이 되면 아파트 정원이 온통 빨간 장미로 뒤덮였던 풍경, 사계절 변화하던 주변 환경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시골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던 곳이다. 눈이 많이 내린 늦은 시간 퇴근길에 산성교회 쪽에서 어떤 청년이 따라와서 무서워했던 일, 출근길 원촌초등학교 정문 옆 쓰레기 태우는 곳 담에 매달려 있던 바바리맨 이야기, 국회의원선거에 최연소 청년이 퇴근길에 장미 한 송이씩 주던 일, 추운 겨울 어느 동은 반팔 입고 살고 어느 동은 추워서 패딩 입고 살아야 했던 아파트의 비리 등을 이야기하며 웃고 또 웃었다. 우리가 반포에 계속 살고 있었다면 행복했을까도 이야기했다.


지금 반포자이 아파트가 과거 반포주공 3단지였던 것이다. 지금 반포자이의 사람들은 원주민과 돈이 많은 사람들로 나뉘어 살고 있다. 평범했던 작은 아파트의 원주민들은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받고 빚쟁이로 전략하고, 바로 판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관리비 걱정하며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며 사는 강남의 노인이 되어버린 세대들도 있다.


소득이 없어지면서 관리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원주민들은 자녀들과 함께 살며 강남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포자이 아파트를 팔아 서울과 가까운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고, 큰집을 지어 월세를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며 사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반포 주공 3단지에서 강남의 중심이 되어버린 반포 자이 아파트는 높은 집값을 원사는 사람들의 정치와도 연관 지어가고 있는 이야기.


우리 집은 언제나 그곳에 있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사라지고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되어버린 현실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너무 많은 중요한 것을 잃고 사는 것은 아닌가란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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