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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Dec 17. 2022

엄마 저 이태원 가요.

이태원 참사가 있던 날

오랜만에 친구와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 엄마, 어디세요? 저 저녁 먹고 이태원 갔다 올 거예요."

그래서 빨리 집에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한산성에서 수원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아들과 두 시간은 이야기하고 오늘은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갔다 와야 한다고 했다.

아들을 보내고 나는 곧바로 기도를 했다. 

다른 날과 달리 기도하는 내내 머리가 혼란스럽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무사히 잘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끝내고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일찍 잠을 잤다.


몇 시인가 아들이 방문을 열고 "엄마 저 왔어요. 놀라지 마세요. 이태원에서 사고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요. 유튜브를 틀으면 굉장히 많이 나올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곳에 간 것이 아니고 일찍 오려고 했는데 사고가 나서 택시를 잡을 수없어서 늦었어요." 그래서 아들한테 올라가서 자라고 하고 또 잠에 취한 듯 자고 일어나 핸드폰을 봤는데 외국에 있는 딸한테서 카톡이 와 있었다.

'엄마 별일 없어요?

이태원에서 사고  났다고 친구들이 알려줘서요.

동생한테 전화했는데 이태원 아니래요.

걱정 안 해도 돼요?

이거 전 세계 사람들 다 알아요.'

외국에 있는 딸이 카톡을 하면서 엄마가 자고 있을까 봐 전화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과 전화통화를 끝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젯밤 잠결에 아들 이야기를 듣고 또 잠에 취했던 생각을 하며 아들이 괜찮은가 보러 갔다. 아들은 잘 자고 있었다. 

아들을 깨워 몸은 괜찮냐고 했더니 아들은 그쪽에 간 것이 아니라 두 달에 한번 있는 모임에 갔다 금방 오려했는데 택시가 안 잡혀서 늦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내방으로 들어와 유튜브에 이태원을 검색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무방비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나왔다. 죽은 사람도 불쌍하고, 부모님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만히 앉아 유튜브를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세월이 빠르게도 흘러 49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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