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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Dec 31. 2022

선생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책 환지통

신춘문예 당선작 환지통


등산을 가기 위해 새벽 관광버스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카톡음이 크게 들렸다. 차 안은 소등하고 있고 모두 잠을 자고 있는 시간 새벽 6시 15분에 카톡음이 들려서 깜짝 놀랐다. 카톡의 주인공은 여고시절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국어선생님이셨다.

'잘 지내는지?

얼마 전에 책을 냈어.

<환지통>이라는 제목으로 단편소설

10편을 묶어서.

너무 늦었지만 소식 전한다.

보내줄 수도 있지만, 사서 읽어도 좋겠지?ㅎㅎ

네이버에 검색해 봐.'

이렇게 카톡을 보내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책 사서 사인받으러 가겠습니다.'

했더니

'주소 보내면 보내줄 수도 있어.'

이렇게 카톡을 끝내고 나는 잠을 청했고, 등산을 하면서 선생님 생각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고1 때 국어시간에 '신록 예찬'을 배울 때 우리 반 아이들을 봄 동산으로 데리고 가서 수업을 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눈이 나쁘신데 안경을 안 쓰셔서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며 딴짓을 했던 기억도 머릿속에서 잠자고 있던 오랜 기억을 깨고 나온다.

선생님께서 결혼을 하시고 아기를 낳고 살림을 하실 때 찾아뵌 적이 있는데, 조그만 아파트에서 시어른 모시고 행시에 합격하신 사부님 월급으로는 책을 먼저 사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다며 한 달 읽을 책을 사다 방에 쌓아 놓으셨던 기억도 있다. 과천에 사실 때부터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이끌어가시기도 했던 선생님께서 찾아가면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기억도 있다.

선생님께서는 가수 세모와 네모의 세모의 누님이시라는 것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선생님께서는 IMF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조선일보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이 되셨다. 나는 신춘문예가 발표될 때 신문을 보고 선생님이 당선되신 것을 알고 전화를 했었다.

몇 년 전에 전화 통화로 요즘도 글을 쓰시냐고 물어봤을 때 선생님께서는 " 난 글 쓰면 벌써 죽었을 거야." 하셔서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도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책을 내셨다는 카톡은 뜻밖의 내용이었다.

며칠 후 집에 소포가 왔고 누런 봉투에 선생님 주소가 적혀있었고 그 속에는 <환지통>이라는 책이 한 권 들어있었다.

나는 매일 선생님 책을 읽으며 선생님의 그동안의 근황을 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고, 선생님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아 좋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 또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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