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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ug 29. 2023

선생님, 하늘에 하느님은 없어요.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은별이가 오늘은 저의 신앙심을 심판하기라도 하듯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이 계시다고 믿으세요?"

어린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 때, 내가 주일학교 교사가 아니고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종교적인 이야기는 피하는 편이어서 이럴 때는 난감합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저도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 나도 어렸을 때는 하느님이 계신지 안계신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계신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대답을 했어요.

그런데 제 옆에 앉아있던 하느님의 은혜를 받고 태어난 하은이가 

" 선생님, 하늘에 하느님은 없어요."

라고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눈이 동그래서 하은이를 바라보았는데, 하은이가 정색을 하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하느님이 있나 없나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하늘에 하느님이 없었어요."

했습니다. 

그때, 다른 아이가 

"하느님은 비행기보다 더위에 있지 않나?"

했더니 하은이는 

" 더 위면 우주인데, 하느님도 숨을 못 쉬어서 죽어~어."


비가 온 후 하늘


이때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과학적인 것과 영적인 것을 초등3학년한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하은이 할머니께서 절에 다니시는 분이라 더욱 이야기하기가 곤란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아이가 

"하느님이 구름에 숨었을 수도 있잖아."

그랬더니 하은이가 웃으며

" 내가 비행기에서 창밖을 보았을 때는 구름이 하나도 없었어."

다른 아이가 또 말을 했습니다.

"하은아, 너 하늘 한쪽만 찾아봤잖아. 하느님은 네 가 본 반대쪽에 있을 수도 있지."

하은이가 계면쩍게 웃으며

" 하긴, 다른 쪽은 못 찾아봤어. 다음에는 양쪽 다 찾아봐야겠다.

하고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도 있지만 매우 단순하기도 합니다.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의 종교는 다양하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하은이가 비행기 양쪽을 관찰하고 또 질문을 하겠지만 그때쯤은 하은이도 커서 하느님이 하늘에 계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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