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Sep 05. 2023

교권회복 안 확정...

더 이상의 누구도 아파서는 안됩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습니다. 날씨 탓일까요.

수업 정리정돈이 끝나고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서이초교사 49재를 지내는 날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교사들의 아픈 이야기들이 계속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내년에 정년 퇴임을 앞두신 상황에서 굉장히 자부심도 많이 갖고 계셨던 교사한 분의 사망 소식이었습니다.

학부모의 고소 압박감으로 견지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은 잠시 잊고 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지난해 8월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저한테 농담을 하는 것은 아닐 테고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경찰은 학부모들과 다툼이 있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한 번도 다툼이 없었고, 아이들 잘 가르쳐 달라고 전화는 있다고, 그리고 생각지 않은 그만둔 아이의 엄마가 그만두면서 고맙다고 장문의 카톡까지 남겼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1년이 지나갔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퍌의 혈관이 터지기 시작해서 정신과에 치료도 받게 되었고,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 한의원에서 침도 많이 맞으며 견디던 어느 날 '내가 죽어버리면 일이 다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주변에 아동학대로 신고받았다는 이유가 갑자기 부끄러워지면서 잠시나마 자살을 생각해 봤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학교와는 동떨어진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공유하는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서의 외로움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답답하고 괴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동학대 사건을 끌고 오며 몸이 망가져갈 때 저는 지리산둘레길을 1개월에 2번씩 꼭 1년을 걸으며 완보를 했습니다. 

나의 잘못이라면 학교 교사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했기에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 잘 가르쳐주는 그리고 자세가 바르지 못한 아이들 바르게 지도하면서 생긴 일들이 아동학대라는 죄명으로 경찰에 조사를 받으며 현실이 무의미 해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사교육의 현장에서도 수업을 하면서 떠들고 수업방해하는 아이들에게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정서적 학대가 되고, 아동학대가 되고, 떠들어서 수업에 방해를 끼쳤다는 본인의 잘못은 모르면서 기분 나빴다고 신고하는 현실은 농담이 아닙니다.


오늘 뉴스에서는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교육의 현장은 어떨까요. 저만 아동학대로 신고당했을까요. 뉴스를 보는 중간에 '교권회복 안 확정...'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아나운서들이 읽어 주지만 시원한 것은 없는 듯 보이고요.

아이들 중 가정에서 학대나 방임에 노출된 아이들이 수업태도가 안 좋아요, 학대와 방임을 일삼는 부모 또한 인성이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공교육과 사교육현장 모두 교권회복 안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교사들이 이젠 더 이상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웃으며 일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학교에서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