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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Sep 25. 2023

백두대간& 10km 달리기

두 가지 모두 해냈다.

백두대간 첫 출정 하는 날과 경기도생활체육대회 10km 달리기를 해야 하는 날이 같은 날이었다.

어떤 것을 포기할까 아니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경기도생활체육대회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날짜가 바뀌었다.

두 가지를 참석한다는 것에 기분은 좋았지만 잘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 되었다.


백두대간 하기 전날 제자 두 명이 늦은 시간에 집에 왔다. 밤 11시에 돌아가고, 등산 준비물을 챙기는데 새벽 2시가 되었다.

잠을 잠깐 자고 새벽 4시 30분에 차를 타기 위해 집에서 나갔다. 차 안의 분위기가 잠을 잘 수없어서 뒤척이다 1시간 정도 잠을 잤다.

그렇게 지리산 노고단 성삼재에 도착했다.

성삼재에서 작은 고리봉- 묘봉치- 만복대- 정령치- 큰 고리봉- 고기리  총 산행거리 11.7km (예상시간 5시간)이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비가 올까 걱정하며 산제를 지내기 위해서 올라갔다. 40인승 관광버스 두대의 인원이 모여서 백두대간길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산제를 지냈다.


그리고 비가 올 테니 빨리 올라가자고 했다.

조금 올라갔는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고 걷기는 조금 더웠다.

비가 오락가락했다.


만복대



우비를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며 만복대에 올라갔다.

잠시 비가 그쳐서 간식도 먹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운무에 가려진 멋진 풍경을 잠시 감상하며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길을 떠났다.

조금 내려가니까 번개가 번쩍였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도 쾅꽝꽝~꽝 하며 폭탄을 쏘는 것 같았다.

혼자 걸을 때 만난 천둥번개는 전쟁터에서 총을 만난 것 같이 무서웠다.

계속 비는 쏟아졌고, 길은 도랑으로 변했다.

미끄러워 스틱을 집으면 스틱이 여과 없이 쑥 들어갔다. 발은 진흙탕에 빠진 듯 미끄러웠다.

앞으로 백두대간길에서 만날 비를 그날 다 만난 것 같았다.

미끄러질까 봐 나무를 잡으며 열심히 내려왔다.

초가을 비 오는 산은 어둡고 추웠다.

사진도 찍을 수 없고 시간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다. 그런 상태에서 고기리까지 걸어서 왔다. 시간은 예상시간보다  1시간 30분 늦게 내려왔지만 더 늦은 대원이 있어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출발했다.



백두대간 코스정보


집에 도착하니까 밤 10시 30분 빗물에 젖은 옷을 벗어 물에 헹구어 빨래를 하고 정리를 학고 나서 시간을 보니 새벽 2시였다. 너무 피콘 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일산경기도생활체전


몇 시쯤 잠이 들었을까 새벽 4시 30분 알람소리에 깨어 준비하고 마라톤선수 집결장소로 나가서 차를 타고 고양시로 향했다.

고양시에 도착해서 우리 시에서 준비해 준 유니폼을 입고 달리기 준비를 위해 스트레칭도 하고 트랙을 돌며 연습을 학고 아침 8시에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잠을 덜 잔 것과는 다르게 달리는 속도가 좋았다.

그런데 나보다 마라톤선배가

"유니언니, 천천히 달려요. 너무 빨라."

하며 쌩하고 달려간다.



마라톤 튀기 전

속도를 조금 늦췄는데 모든 사람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달리기의 기본인 뒤를 돌아보면 안 되는 규칙을 어겼다.

내 뒤에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잠시 천천히 뛰었다.

점점뒤로 밀리는 기분이 들어서

100보 천천히 20보 빨리 뛰기를 시작했다.

20보의 위력으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제쳐보았지만

날씨가 너무 습하고 햇볕이 비추는 순간 달리기는 그만하고 싶어졌다.

주변에서는 급수대가 설치 안되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갈증을 위해 주머니에 천일염 몇 알을 넣고 달린 게 도움이 되었다.

투덜거림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어떤 환경에서도  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은 나와의 싸움,

기쁘게 완주를 했다.

이번 기회에 나의 체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비와 천둥번개를 정면으로 맞으며 걸은 백두대간길도, 습한 더위속에 숨이 탁탁 막히는 길을 달리던 마라톤도  내게는 새로운 삶의 충전재로 다가 온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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