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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05. 2024

백두대간 부항령~우두령

"대장님 오늘 식사메뉴가 무엇인지 아세요. "

" 도착지가 우두령이니까 소머리국밥일 것 같네요."

"그럼 우리 내기해요."

10번째 백두대간 부항령에서 우두령으로 가는 야간산행이 시작되었다.

수요일밤 잠자기 전에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잤는데 체한 것 같았다. 그런데 목요일밤에는 약을 먹고 잤는데도 배가 아파서 한숨도 못 자고 금요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달려갔다. 주사도 맞고 약도 타왔다. 아침부터 밥을 안 먹고 일을 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산을 못 올라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밥 한 공기를 팔팔 끓여서 마시듯 먹었다. 속이 뜨거워지면서 아픈 것이 다 나은 듯했다.

자정이 다돼서 산악회 차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상쾌하고 좋았다. 

'이 정도 배 탈 쯤이야 별문제 없어'

하며 나는 신이 나서 차 타는 곳으로 달려갔다.

차 안에서 옆짝꿍이 등산화를 샀다고 자랑을 했다. 

다른 때 같으면 내가 먼저 봤을 텐데 등산복 상의를 새로 샀는데도 짝꿍이 말을 해줘서 알았다.

짝꿍은 아까워서 옷을 못 버린다며 아들이 중학교캠핑 갈 때 입었던 옷이라고 얘기하던 두꺼운 검은색 점퍼를 벗어 버리고 주황색 바람막이에 초록색 내피를 입고 있었다. 

'좋은 것을 샀네'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배가 살살 아파왔다.

" 나 배탈 났어.":

그랬더니 짝꿍도 속이 안 좋아 약을 먹었다고 한다. 더 이상 이야기를 안 하고 소등이 되어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자고 있었다. 아까 받은 따듯한 떡을 배에 얹고 잤는데 아직도 따뜻했다. 배가 고팠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떡을 떼어먹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 휴게실에 들른다고 하며 차 안에 불을 켰다. 눈을 뜬 짝꿍을 보며 

" 나 다 낫나 봐, 떡을 맛있게 먹었어."

했더니. 배가 아프다며 떡을 먹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3:30분 차는 부항령에 도착했다. 나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준비를 늦게 했다. 

산을 올라가는데 짝꿍이 

" 정말 아픈가 보네. 못 걸어."

하는 소리를 듣고 앞으로 걸어갔다. 

봄이 왔다. 

부항령에 그 많던 눈과 상고대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산길이 푹신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걸으니 눈이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몸이 말을 안 들어서 천천히 신었다. 

그런데 선두가 먼저 출발했다.

주면을 둘러보니 항상 후미인 짝꿍이 없어졌다.

그때부터 부지런을 떨고, 후미 몇 명을 뒤로 한채 빨리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는데 왕언니가 쫓아왔다. 

"눈이 많이 녹아서 길 찾기가 쉽지 않네요."

했더니,

" 겨울산은 귀신도 헷갈린다고 하잖아."

한다. 그러더니 그 언니는 또 뒤로 갔다.

혼자서 걷기 시작했다.


부항령숲길


발자국을 보면서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대장님들은 무전기로 인원을  확인하면서 걷는다.

그런데 나는 왜 체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오늘처음 하게 되었다.

숲 속을 걷는데 무서워졌다. 

겨울산은 귀신도 헷갈린다는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나는 두렵기 시작했다.


나는 기도를 했다.

하느님, 산신령님 모든 신이시여 오늘 산행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선두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후미는 어디쯤 오는지 뒤돌아 불빛을 확인하며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밤이라 비탈을 내려가고 올라가는 감이 느려서 얼마쯤 왔을까 후미는 보이지 않고 내 앞에 백수리산이라는 표지석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자세히 보니 표지석이었다. 1034m를 벌써 올라왔구나.

하늘을 올려다보니 뿌옇게 흐려서 상고대도 잘 보이질 않았다.

사진 찍어줄 사람 없어 표지석만 찍고 또 부지런을 떨며 걸었다.



선두는 언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나는 왜 후미랑 같이 갈걸 이렇게 빨리 가지.'

 '짝꿍은 새신을 사서 신더니 날아가네'

 하면서 뒤를 바라보며 불빛이 안개 때문에 히미 하게 보이면 안심을 하고 부지런히 걸었다.


2편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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