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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06. 2024

백두대간 삼도봉~푯대봉~우두령

10번째 백두대간 이야기

뒤에서 누군가 내 가방을 잡아 담겼다.

" 놔, "

하고 등을 세게 돌렸는데도 가방은 따라오지 않았다.

"누구야, "

하고 소리치며 뒤를 봤는데 아무 말도 없이 참나무가지에 가방끈이 걸려있었다.

참나무는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 같았다.

서늘하던 마음이 미소로 변하는 순간 뒤에서 해드랜턴의 불빛이 보였다.

조금 있으니 왕언니가 따라왔다.


박석산


둘이서 이야기를 하며 걷다 박석산표지석 앞에 왔다. 

둘이 번갈아 사진을 찍고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45분이었다. 거의 3시간을 걷고 있는 것이다.

왕언니는 함께 걸으며 백두대간 이야기와 히말라야 원정산행 이야기를 해줬다.

"산행의 왕도는 다른 게 없어, 10점 만점이라면 장비가 9고 체력이 1이야."

라고 하신다. 

다른 한 사람을 지칭하며 몇 번을 이야기해 줬는데도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한다.

나도 등산화를 바꿔야지 하면서 못 바꾸고 있다고 했더니 왕언니는 마인들등산화를 13년 전에 샀는데 아직도 새것 같다고 한다. 신으면 발이 편하다고, 나도 다음 산행 때는 새 등산화를 사서 신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내가 신는 등산화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아이젠을 착용하면서 발 뒤꿈치와 앞금치가 아파서 속도를 못 내서 선두로 가다 마지막에는 늦게 걷게 된다.



무박산행


바람이 없는 길을 만났다. 왕언니는 

"여기 바람이 없어, 여기서 간식 먹고 가자."

해서 나는

" 언니, 저는 속이 아직 불편해서 그냥 가고 싶어요."

했더니 안된다고 하면서 초콜릿에 쌓인 아몬드가 들어있는 것을 4알 먹으라고 주며 말을 했는데

" 산행을 오래 한 사람들이 무릎이 아프고, 뼈가 약하다는 것은 땀을 흘리고 걸으면서 제대로 먹지 않아서 그런 거야."

하며 걸으면서 자꾸 먹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우리는 잠시 쉬고 걸었다. 

걷다가 해드랜턴이 머리에서 목으로 떨어졌다.

" 어, 랜턴이 떨어졌어요. "

했더니, 장갑 벗고 모자 다시 쓰고 해드랜턴 고정시키고 오라며 먼저 갔다.

장갑을 빼기 싫어서 그냥 대충 하고 쫓아갔는데 왕언니는 찾을 수가 없었다.



백두대간길 오전 7:10

7시가 지났는데도 앞이 캄캄했다.

한참을 가다 발자국이 한 사람 발자국만 보였다.

30명이 넘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걸을 수가 있을까 의문이 생겼지만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발자국이 없어졌다.

그 순간 뒤를 돌아봤다.

불빛이 30m 정도에서 보였다.

"대장님, 길이 없어요, 여기 길이 없어요."

하며 몇 번을 소리쳤다.

누군가

"이리로 와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가봤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 어느 산악회예요."

"우리 산악회요."

"어, 내가 후미인데 어떻게 선두가 제뒤에서 와요."

"정말 이상하네, 해윤이 님이 어떻게 우리 앞에 있지."

"그럼 제짝꿍은 어디 있어요. 선두와 함께 갔는데 왜 안 보여요."

그래서 짝/꿍을 무전기로 찾았는데, 가장 후미에 오고 있었다. 새신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생각지도 않은 선두를 만나서 너무 기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선두가 내 뒤에 온 것도 기적이었다.


삼도봉 오르는 길


삼도봉을 오르는 길은 100m 정도 넓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날이 밝아오면서 운무에 싸여 천상으로 오르는 계단 같았다.

계단을 오르는데 멀리 동그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도봉표지석


삼도봉 표지석은 전라북도, 경상북도, 충청북도 이렇게 3개의 도를 삼면에서 표시하고 있다. 

아마 혼자 걸었으면 이 이 표지석은 엄청 무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삼도봉아래서 점심식사시간



푯대봉을 향하여


아름다운 상고대


상고대핀 숲 속



푯대봉



푯대봉아래풍경

푯대봉은 바위꼭대기에 있었다.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내려가는 것은 몇 배 더 힘들었다.

바윗길 낭떠러지를 밧줄을 잡고 아주 천천히 내려가는 험한 길이었다.



푯대봉아래풍경

바위의 이끼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산에서 보는 상고대를 말과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눈으로 보고, 말로표현을 못하면 글로라도 효현 해야 하는데 너무 아름다워 무엇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사진으로 조차 찍히지 않는다. 우리 눈의 정교함은 무아지경으로 빠지게 한다.



푯대봉아래


"거기서요."

바위에서 막 내려온 사람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준다.

그 사람도 뒤를 돌아본 후 

"와 너무 멋지다!"

하며, 내가 왜 거기 스라고 했는지 그제서 이해를 한다.

그러나 눈으로 본 풍경이 사진으로 정확히 표현되지 않는다.



눈에 벌렁 누워


이번겨울 눈꽃산행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 눈에 누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꼭 한 번 눈 위에 누워 상고대를 보고 싶었다.



상고대


흐린 하늘 봄바람에 밀리는 듯 약한 상고대를 보면서 내 맘 속 겨울을 보내준다.




아름다운 설경



아름다운 눈 위에 누워


아주 큰 눈밭을 만났다.  우리는 눈에 누워 하늘을 보며 운무가 걷히는 것을 보면서 봄이 오고 있음을 알았다.



우두령

우리는 아주 천천히 

우두령에 내려와 

차로 30분정도 가서 

소머리국밥이 아닌 

올갱이 국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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